본즈 신기록에 차가운 美언론 왜?
OSEN 기자
발행 2007.08.09 07: 04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예상대로 차갑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한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에 대해 주요 미국 언론은 무뚝뚝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대형 사진으로 지면을 치장해 이 사건이 주요 이벤트임은 확인시켜줬지만 신문의 '속살'인 칼럼에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한 마디로 '수치상' 홈런킹에 올랐을 뿐 미국인들 마음의 홈런왕은 여전히 행크 애런이라는 것이다. ▲보도 안한 신문도 홈런이 현지시간 7일 자정이 다 돼서 터진 까닭도 있지만 일부 언론은 본즈 관련 소식을 아예 전하지 않았다. 특히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몇몇 언론은 8일자 신문에 본즈의 홈런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지난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단일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울 당시 마감을 늦춰가며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당시 맥과이어가 로저 매리스의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61개에 근접했을 때 공종파 방송 FOX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를 매일 생중계했다. 본즈가 756번째 홈런을 날린 날 경기를 중계한 곳은 케이블 방송 뿐이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라지만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성명에서 "결과가 입증될 때까지는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그를 포함한 메이저리그 사무국부터가 시큰둥한 반응이다. 본즈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최종 확정됐을 때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즈의 약물복용에 대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던 미 언론은 지난 2004년 발코사건을 계기로 일제히 본즈를 '사실상 유죄'로 판결했다. 그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증언이 나온 이상 그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룬 모든 업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이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신문 칼럼을 담당하는 베테랑 야구 기자들은 야구의 순수성을 고결하게 여긴다. 스포츠의 기본 도덕성을 밑바닥부터 헝클어뜨린 본즈는 이들에게 결코 '새로운 영웅'이 아니다. ▲끝없는 '인간성' 논란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경기다. 하는 주체도, 보는 객체도, 경기장의 사건을 전달하는 관찰자도 모두 사람이다. 그래서 '원만한 인간관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한 네트워크 사회다. 잘 알려졌다시피 본즈는 무뚝뚝하다. 그와 절친한 인물은 베벌리힐스 고급주택단지에 거주하는 세계적 CEO 몇몇 뿐이다. 함께 땀흘리는 선수들도 본즈라면 고개를 절레 흔든다. 그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사람들은 '일생 일대의 불쾌한 기억'으로 여기는 게 보통이다.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대기록 경신 초읽기에 들어간 지난 시즌 뒤 본즈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난데없이 ESPN의 리얼리티쇼에 등장해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친한척'을 하기 시작했다. 퉁명스런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그가 한 에이전시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있은 뒤였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의 결과는 끔찍하기만 하다. ▲결국은 스테로이드 이런 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스테로이드다. 그가 약물 복용설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주위의 반응은 한결 따뜻했을 것이다. 특유의 거만함도 슈퍼스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매력 정도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는 것은 정설로 여겨진다. 본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천재다. 약물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라는 데 미국 야구 기자 상당수는 동의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기록을 제외하더라도 그는 이미 '미래의 HOFer(Hall of Famer)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과이어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돼 손을 대기 시작한 스테로이드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일반적으로 선수의 집중력 강화, 부상방지, 그리고 파워증강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선 '특별한 능력'도 얻을 수 있다면 경기력 자체를 의심할 만하다. ▲"난쟁이가 뭘 알아" 이와 관련해 본즈가 사용한 것으로 보도된 들통나지 않은 스테로이드 '클리어'와 '크림'의 제작자인 제이미 아놀드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최근 HBO 방송의 토크쇼에 출연한 그는 진행자 밥 코스타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는 파워를 늘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눈과 손의 반응능력(hand eye cooperation)도 몰라보게 향상시킨다고 실토했다.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끝까지 지켜본 뒤 역시 150km에 달하는 배트 스피드로 일순간에 힘을 집중해 홈런을 날리는 본즈의 타격 기술이 '인위적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이 인터뷰 뒤 본즈의 반응은 "난쟁이가 뭘 안다고…"였다. 집요한 질문으로 아놀드로부터 문제의 답변을 얻어낸 코스타스는 "내 키가 작은 건 사실이지만 누구와는 달리 '자연산'"이라고 되받아쳤다. 코스타스의 신장은 167cm다. workhors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