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용병들, '아킬레스건 부상'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08.09 09: 24

토종 선수들에게는 드물다. 하지만 용병들에게는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잘나가던 용병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들의 발목이었다. 역대 최고 용병타자로 꼽히는 롯데의 펠릭스 호세(42)와 올해 홈런더비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의 클리프 브룸바(33), 그리고 올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한화의 제이콥 크루즈(34) 등은 ‘아킬레스건’ 부상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호세와 브룸바는 동계 전지훈련 막판에 아킬레스건 부상의 덫에 나란히 걸렸다. 호세는 결국 이 부상으로 중도 퇴출되는 비운을 맞았고 브룸바는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져 헤매야 했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크루즈는 최근에 주춤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팀 전력의 핵으로 팀을 웃고 울게 만드는 거포 용병들을 괴롭히는 ‘아킬레스건 부상’이 유독 외국인선수들에게 집중되는 원인을 진단해 본다. 현대 시절부터 용병 농사에 일가견이 있는 김재박(53) LG 감독과 부상의 당사자인 현대 브룸바로부터 이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재박 감독, "훈련량의 차이라고 본다” 김재박 감독은 용병들이 올 시즌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리는 이유로 ‘훈련 환경의 차이’를 들었다. 김 감독은 “미국과 한국은 아무래도 훈련량의 차이가 크다. 미국은 개인훈련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은 팀훈련이 많다. 알아서 훈련량을 조절하는 개인훈련에 익숙해진 용병들이 한국선수들과 함께 비슷한 훈련량을 소화하다보니 부상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훈련량 차이로 용병들이 동계 전지훈련 때부터 부상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전지훈련 때 연습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물론 팀에서 용병들에게는 야간 자율훈련 등을 빼주는 등 어느 정도 훈련량을 조절해주며 보호하기도 하지만 팀훈련은 거의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늘어난 훈련량에 발목 등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지훈련 훈련량을 비교해보면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때 1일 훈련스케줄은 대개 오전 중 3시간 안팎으로 팀훈련을 한 뒤 오후에 1시간 정도 개인훈련을 하는 일정이다. 하지만 한국야구 전지훈련은 오전 3시간 팀훈련, 오후 3시간 팀훈련, 그리고 야간 2시간 개인훈련 등으로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미국보다 2배 이상 훈련량이 많다. 아킬레스건 부상이라는 것이 피로 누적에 따른 것이므로 김 감독의 진단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은 일단 통증이 시작되면 5~6주는 기본이고 악화되면 수 개월을 고생할 수 있다고 한다. ▲브룸바, “30대 중반의 나이 탓이다” 2004년 수위타자에 오를 때보다 체중이 많이 늘어난 것이 부상의 한 요인이 아니냐는 물음에 브룸바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브룸바는 대신 “전지훈련 때 갑자기 부상이 온 원인 중 하나는 스파이크가 발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브룸바는 올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 가이드에도 체중을 2004년과 같은 90kg으로 밝혔지만 현재 체중은 그 이상이다. 또 ‘팀훈련이 많은 것도 영향이 있냐’는 질문에도 “팀 내에서 휴식시간을 많이 주는 등 훈련에 여유를 주고 있다. 팀훈련과 상관없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발목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룸바는 “30대 중반의 나이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이때 쯤이면 부상이 하나둘씩 생기게 마련이다. 다른 팀 용병들도 30대 중반 이상의 나이에 부상이 있지 않느냐”며 색다른 분석을 했다. 브룸바는 일본에서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브룸바는 “처음 일본에 갔을 때(2005년)는 성적이 괜찮았다. 훈련도 많이 하며 다음 시즌을 맞이했지만 부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많이 뛰지 못하면서 체중이 불었다”고 밝혔다. 결국 체중 증가도 어느 정도 발목에 무리를 준 한 요소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올해 선수가이드에 따르면 브룸바와 크루즈는 나란히 체중 90kg, 호세는 100kg으로 소개돼 있다. 결국 적지 않은 나이와 체중에다 달라진 훈련환경, 불편한 스파이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피로 누적에 따른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sun@osen.co.kr 브룸바-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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