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힘인가. 아니면 위기의식인가. LG의 외국인 좌타자 발데스(34)의 방망이가 8월들어 부쩍 힘을 내고 있다. 발데스는 지난 10일 광주 KIA전서 한국무대 데뷔 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발데스는 4회 KIA 에이스 윤석민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뽑아낸 것을 비롯해 5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 1개와 2루타 2개 등으로 장타력도 마음껏 과시했다. 한경기서 4안타를 친 것은 한국에 온 이후 처음이었다. 용병 거포다운 면모를 처음 보여준 경기였다. 발데스의 맹타에 힘입어 LG는 7-2로 완승을 거뒀다. 발데스는 8월 7게임에 출장해 31타수 11안타로 3할5푼8리의 고타율에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팀의 중심타선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었다. 팀의 보배가 돼가고 있는 '흑진주'이다. 발데스의 현재 성적은 타율 2할8푼2리에 9홈런 58타점으로 현대 브룸바나, 한화 크루즈 등 특급 용병 타자에 비하면 떨어진다. 그래도 타점은 전체 공동 9위로 팀내 최고이고 홈런은 박용택(10개)에 이어 팀내 2위이다. 발데스가 최근 호타를 기록하고 있는 요인은 2가지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는 국내무대 적응의 결과가 서서히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발데스는 시즌 초반부터 상대 투수들과 대결 후에는 꾸준히 메모를 하면서 장단점 파악을 했다. 덕아웃에서 다음타자로 대기할 때도 상대 투수의 투구에 집중하며 '연구'를 했다. 조용한 성격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국내 선수들도 배울만한 점으로 진지하게 연구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받았다. 전반기 내내 꾸준히 출장하며 상대 투수들의 습성을 파악한 효과가 이제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위기의식이다. 올 시즌 4강 진출에 올인하고 있는 LG는 전반기 말미에 새로운 용병 투수인 옥스프링을 영입한데 이어 최근에도 스카우트를 미국에 파견, 용병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데스의 분발을 자극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8월 16일까지 외국인 선수 교체를 할 수 있는 LG로서는 전반기서 발데스가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새로운 타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성적이 아님을 잘알고 있는 발데스로선 위기의식을 갖고 매타석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구의 결과이든, 위기의식이든간에 발데스가 점점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은 LG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막판 4강 티켓을 놓고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LG가 서서히 거포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발데스의 막판 활약에 점점 기대가 커지고 있다. 타자 용병은 시즌 중 교체에도 별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재박 감독이 발데스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도 관심사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