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오히려 내실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덕분에 대학로에 들어가 연극으로 연기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좋아하는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됐잖아요?”
연예인과 소속사간의 볼썽사나운 분쟁이 끊임없이 이슈거리가 되는 요즘, ‘소속사 분쟁’을 겪은 신인 탤런트 유민호(23)가 이런 말을 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미국 유학 중이던 지난 2003년 한국의 대표적인 모 연예 기획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던 유민호는 2005년 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법정 분쟁을 시작해 2006년 10월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극단에 소속돼 대학로서 연기 수련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유민호는 “정상적으로 활동을 할 수 없었으니 물론 답답한 구석은 있었겠죠. 대신 큰 것을 얻었어요. 극단 ‘적’에 소속돼 연극 무대를 경험했죠. 2년 정도 연기의 기초를 쌓았다고나 할까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생각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법정 공방도 법원 출두가 있을 때만 좀 번거로웠을 뿐, 오히려 편안하게 연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유민호의 연예계와의 첫 인연은 가수로 맺어질 가능성이 짙었다. 그러나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생항로를 크게 선회시켰고 결국은 새롭게 선택한 길을 기분 좋게 걷고 있는 유민호다.
연기선생 조한철과의 만남으로 인생 항로 선회
“첫 활동이 드라마였어요. 장수봉 감독이 연출한 한중 합작드라마 ‘마술기연’에 출연했는데 이후 연기의 매력에 빠져 버렸어요. 평생 할 것이 이거다 싶었죠. 특히 트레이닝 기간 동안 조한철 선배에게서 연기 지도를 받았는데 그 분의 연기 철학이 저에겐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그 분이 한 얘기 중에 ‘배우는 성직자이다’는 말이 있는데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배우는 마치 성직자가 부흥하듯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죠.” 유민호의 연기선생 조한철은 영화의 고장 전주가 제작을 지원한 최초의 장편 상업영화 ‘오프로드’에 출연했던 주인공으로 오랜 무명 생활을 겪은 뒤 뮤지컬과 연극계에서 연기력으로 알아주는 배우이다.
어렵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유민호의 새 항로는 일단 첫 발이 어려웠지 나머지는 비교적 순탄하게 풀리고 있다. KBS 2TV ‘일단 뛰어’에서 현서 역으로 출연했고 최근 화제 속에 막을 내린 MBC TV ‘고맙습니다’에서 영신(공효진 분)의 친동생 영우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고맙습니다’에서는 몇 가지 사정으로 2회밖에 출연을 못했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을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왕과 나’에서 예종 역, 광기 연기 기대하세요
이런 반응의 연장선으로 SBS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하사극 ‘왕과 나’와 드라마 ‘국립 수라원’에도 잇달아 캐스팅 됐다. ‘왕과 나’에서는 비운의 제왕 예종 역을 맡아 전광렬 전인화 오만석 안재모 등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4회 분량에 등장해 독살 당하는 것으로 처리될 예종은 처음에는 온화한 성격이다가 점점 주변 환경으로 인해 광기를 더해가는 모습으로 나와요. 실제 인물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대본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중이에요. 요리 드라마인 ‘국립 수라원’에서는 2인자의 아픔에 갈등하고 연상인 정애연 씨를 짝사랑하는 역을 맡았어요. 둘 다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정도 근육 같아 쓸수록 파괴력 강해져
아직은 연기 경력이 많지 않고 뚜렷한 대표작도 없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의식만은 그 누구보다 분명한 유민호다. “미국에서 잠깐 공부를 하는 통에 한자를 배울 시기를 놓쳤고 남들이 흔히 쓰는 고사성어도 잘 몰라요. 그래서 사극 연기를 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기회가 와 정말 신나요. 특히 예종 연기는 감정이 격한 신이 많아 스트레스를 좀 받고 있긴 한데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라는 유민호는 “감정도 근육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근육은 많이 쓰다 보면 근력이 늘어나듯이 감정신도 자꾸 하다 보면 그 전달력이나 파괴력이 점점 강해진다고 한다네요”라고 속 깊은 말을 한다. 무엇보다 뚜렷하고 힘 있는 철학이다.
미소년 얼굴 통하는 일본 시장도 노려 볼 것
“앞으로 멜로 연기를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요”라는 유민호는 “처음 시작한 게 음악이니까 기회가 되면 음반도 만들고 해서 일본 시장도 진출해 보고 싶어요. 한일 합작 드라마 같은데 출연해 연기도 하고 OST도 직접 부르고 한다면 더 이상 좋을 게 없겠죠?”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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