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플로리다 말린스는 왜 아무 대가 없이 김병현(28.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을 포기했을까. 래리 바인페스트 단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난 4일(한국시간) 웨이버 공시를 통해 김병현을 애리조나로 보낸 바인페스트 단장은 13일 MLB.com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내년에 김병현을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우리 팀 미래의 일부분이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돈이 없어 포기했다'는 얘기다. 내년 계약 때 제시할 금액은 물론 잔여 시즌인 8월∼9월 지불할 보수를 아끼기 위해 붙박이 선발투수를 아무 조건 없이 내보낸 것이다.
플로리다가 김병현을 포기한 이유는 결국 재정형편 때문인 것으로 여겨져왔지만 구단 관계자가 이를 시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플로리다는 당초 김병현의 대가로 젊은 유망주를 받아들일 예정이었지만 맞는 '카드'가 없자 돈이라도 아끼자는 심정으로 김병현을 포기한 셈이다. 바인페스트의 이 같은 발언은 김병현 이적 뒤 9일 만에 나왔다. 그는 그동안 지역 언론의 추궁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팀순위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을 아끼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는 플로리다 입장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 중심타자 미겔 카브레라를 제외하면 어떤 선수든 '거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이 구단의 자세다. 조만간 FA 자격을 취득하는 카브레라와 윌리스도 머지 않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과 지역언론의 반응이 고울리가 없다.
는 이날 메이저리그 이모저모를 전하는 코너에서 '플로리다 구단이 당신을 미치게 하는 236번째 이유'라며 김병현이 지난 2일 콜로라도전에서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6승째를 거둔 다음날 그를 웨이버로 공시해 결국 애리조나에 빼앗긴 점을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플로리다는 김병현이 맡아온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도 구멍이 났다.
어차피 순위경쟁을 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나 올려서 기용하면 되지만 이 구단이 탬파베이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없는 구단인 이유를 재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플로리다는 올 시즌 경기당 1만 6909 명의 관중이 입장, 탬파베이(1만 6337명)을 간신히 제치고 꼴찌에서 2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김병현은 15일 정든 돌핀스타디움에 복귀해 얼마전까지 한솥밥을 먹은 플로리다전에 선발 등판한다. 상대 선발은 윌리스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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