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오수정, ‘자꾸만 미워지는’ 옥지영
OSEN 기자
발행 2007.08.13 10: 14

오수정과 옥지영, SBS 특별기획드라마 ‘칼잡이 오수정’과 SBS 주말극장 ‘황금신부’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다. 둘은 언뜻 보기엔 마치 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녀들을 보는 시각의 온도차는 하늘과 땅이다. 엄정화가 연기하고 있는 오수정과 최여진이 연기하고 있는 옥지영은 매우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시쳇말로 ‘속물’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지독하게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 능력을 따진다. 하지만 ‘칼잡이 오수정’에서의 오수정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사랑 받고 있는 반면 ‘황금신부’의 옥지영에겐 점점 미운 톨이 박히고 있다. ‘칼잡이 오수정’에서 고만수(오지호 분)를 보기 좋게 걷어찬 오수정이 정말 돈 많고 능력 있는 다른 남자와 결혼에 성공했더라면 두 드라마는 ‘현대판 이수일과 심순애’가 되어 한 드라마의 앞과 뒤가 될 뻔했다. 그런데 고만수를 버린 오수정은 8년이 지난 뒤에도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해 시청자들로부터 동정심을 얻고 있고 돈과 지위라는 야심을 가득 채운 옥지영은 지독한 밉상으로 시청자들의 눈밖에 나고 있다. 두 캐릭터의 차이는 딱 하나 있다. ‘갈구만 했느냐’ ‘실행에 옮겼느냐’ 하는 차이다. ‘갈구’는 용납하되 ‘실행’은 용서하지 못하는 우리네 도덕심이 두 캐릭터를 놓고 받아들이느냐 배척하느냐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8년만에 성공한 골퍼가 되어 돌아온 칼고(고만수)에게 본능적으로 꼬리를 확 내리던 오수정이 칼고의 사주를 받은 정우탁(강성진 분)에게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달라 붙는 모습엔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사귀던 남자 준우(송창의 분)를 매몰차게 뿌리쳐(스토커라며 미국 경찰에 신고해 철창신세까지 지게 한다) 결국 그를 공황장애의 지경에 빠뜨린 지영에게 쉽게 동정이라는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시청자들의 마음도 매우 극단적이다. 밉상이 들어야 옳을 오수정에겐 “유쾌한 칼잡이 오수정, 보면 볼수록 귀엽다” “엄정화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네요” “참을 수 없는 오수정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한 남자를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동정심이 일만한 옥지영에겐 아직까지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물론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실감나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 반응이 생기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누구나 한두 번쯤 마음에는 있다. 그러나 아무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도덕심이 극중 캐릭터의 호불호까지 좌우하는 듯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100c@osen.co.kr 두 드라마에서 극단적인 현실주의 애정관을 보이고 있는 엄정화와 최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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