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화려한 휴가’와 ‘디 워’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란히 4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디 워’는 500만을 넘어 6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선전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영화 3편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경성공포극 ‘기담’, 스릴러 ‘리턴’, 판타지 멜로 ‘별빛속으로’가 바로 그것이다. 1일 개봉한 ‘기담’은 1942년 경성 안생병원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들을 그린 공포극. 진구 이동규 김보경 김태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3가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공포 장르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배경은 슬픔을 강조하고, 일부러 관객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 전개는 더 공포감을 준다. 스토리 구조상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기담’은 아름다우면서 무서운 공포영화이다. 8일 개봉한 ‘리턴’은 수술 중 각성이라는 끔찍함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다. 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정유석 김유미 등 연기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수술 중 각성을 경험한 나상우를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플래시백은 수술 중 각성을 경험한 이의 고통을 보여주고, 치밀하게 얽힌 스토리는 나상우를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놓는다. 반전이 포함된 이 영화는 영화 후반부가 되기 전까지 범인을 알아내는 과정이 비교적 쉽지 않은 편이다. ‘별빛속으로’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담은 판타지 멜로 영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소재로 판타지를 가미한 이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스토리 전개는 관객들이 머리를 부지런히 굴리게 만든다. 그리고 결말부분에 이르러서는 생각지도 못한 숨겨진 비밀이 있다. 치밀하게 관객들을 속이려 들지 않지만 영화를 본 후 느낌은 여느 반전 영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완성도를 자랑한다.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흥행돌풍은 그동안 위축됐던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회복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그 흥행에 가려 잘 만들어진 다른 한국영화들이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