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신예 외야수 김현수(19)가 신인왕 경쟁 대열에 명함을 내밀었다. 2007시즌은 예년과 달리 새내기들의 부조가 두드러진다. 당초 거물투수 김광현(19. SK 와이번스)이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설익은 투구로 무대 적응에 실패,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대신 두산의 임태훈(19)과 현대 유니콘스의 조용훈(20) 두 투수가 경합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임태훈과 조용훈이 신인왕 후보로 유력하다는 데 별 이견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김현수가 새내기 타자로 주전자리를 꿰차고 ‘조용한 전진’을 거듭하고 있어 신인왕 경쟁 판도에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수는 특히 새내기 타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어 두 투수의 틈새를 비집고 신인왕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역대 프로야구 신인왕을 살펴보면, 1983년 OB 베어스의 박종훈(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이 초대 신인왕에 오른 이래 야수 11명(포수 2명 포함), 투수 13명의 분포였다. 그러나 2002년부터 5년 연속 투수가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상대적으로 새내기 야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신인왕 후보 가운데 엄밀하게 김현수와 조용훈은 이른바‘해 묵은 신인’이다. 김현수는 2006년에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 1군무대에 한 타석 섰고 조용훈 역시 2006년에 입단했으나 2군에만 머물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표창규정에 따르면 ‘최우수신인’의 자격요건은 ‘5시즌 이내, 투수는 30회 이내, 타자는 60타석 이내(이상 당해 시즌 제외)’의 누계 출장수를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김현수와 조용훈이 신인왕 후보로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셋 가운데 성적과 신선미 두 가지 점에서 임태훈이 약간 앞서 있다. 8월 13일 현재 임태훈은 47게임에 출장, 79⅔이닝을 던져 7승2패1세이브, 12홀드(홀드부문 9위), 평균자책점 2.37, 조용훈은 57게임에 나가 66⅓이닝에서 3승4패3세이브, 14홀드(4위),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반면 김현수는 71게임에 출장, 219타수 62안타, 타율 2할8푼3리, 15타점, 1홈런, 2루타 14개, 3루타 2개를 기록했다. 김현수는 앞으로 전 게임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규정타석(현재 58타석 부족)을 채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신인왕이 반드시 규정타석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그가 신인왕을 따내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2001년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의 경우도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이틀을 따낸 전례도 있다. 또 중고신인이 신인왕에 오른 경우는 1989년 박정현(태평양 돌핀스)과 1995년 이동수(삼성 라이온즈) 등 역대 두 번 있었다. 김현수는 자못 이채로운 존재이다. 고교(신일고) 시절 최고의 타자가 받는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이면서도 수비력이 미흡하고 발이 느리다는 이유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두산에 의해 그것도 신고선수로 겨우 프로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이같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김현수는 타고난 타격재능과 성실성이 김경문 두산 감독의 눈에 들어 올 시즌 중반 팀의 주전 좌익수로 자리를 잡았고, 이제 신인왕 후보로까지 발돋움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은 힘 있는 좌타자가 필요하다. 김현수는 멀리보고 쓰고 있다. 펀치력을 보강하면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다. 정작 김현수는 신인왕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주전자리를 지키는 것과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타격을 하는 데만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때 3할대 타율도 기록했던 김현수는 지난 12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자신의 재능의 한 자락을 펼쳐보였다. 3루타 한 방으로 팀에 선제 타점을 안겨줬고 유일하게 2안타를 쳐냈다. 비록 팀이 역전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김현수는 “안타와 타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생각밖에 안한다. 프로는 훈련을 자율적으로 하지만 실력이 떨어지면 자리를 빼앗긴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는 입단 당시 ‘남아 있는 등번호’ 50번을 달았다가 올해 36번으로 바꾸었다. 880g짜리 방망이를 쓴다. 덩치(키 188㎝, 몸무게 95㎏)에 비해 다소 가벼운 듯하지만, 그는 “배트 스피드를 향상시키고 기슬보완을 해서 내년에는 장거리를 겨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문 감독의 시각=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작년 1년 내내 캠프와 교육리그, 특수, 특타를 군말 없이 아프지도 않고 소화해내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타고난 몸은 큰 장점이다. 두산은 앞으로 힘 있는 좌타자가 필요한 팀이다. 당장 원하는 큰 그림이 안나오더라도 기다리겠다. 발이 느리다고 다른 구단이 안받았다는데 막상 발도 느리지 않고 배팅도 소질이 있다. 올해 스윙을 짧게 했는데 자신감을 붙이고 내년엔 펀치력을 기른다면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는 멀리내다보고 쓰고 있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