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서로 다른 대기록의 주인공이지만 대접은 다르다. 한 명은 연방 검찰의 수사 대상인 반면 다른 한 명은 미국 정부로부터 '명예직'에 위촉됐다.
'미국의 영웅' 칼 립켄 주니어가 미 국무성이 위촉하는 '친선 홍보 대사'에 임명됐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깨지기 힘든 기록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의 주인공 립켄은 14일(한국시간) 미 국무성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으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향후 정부 홍보 대사로 일하게 됐다.
립켄은 "정치적인 업무를 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또 좋은 목적으로 야구를 활용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립켄은 1981년 데뷔한 뒤 2001년 은퇴할 때까지 21년간 볼티모어에서만 활약했다. 올스타 19회, MVP 2회 경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995년 9월6일 56년간 지속되던 '철마' 루 게릭의 2130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경신한 주인공으로 각인돼 있다.
무려 16시즌 이상을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장한 덕에 그에게는 '철인'이란 명예로운 별명이 생겼다.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대다수 미국인은 립켄을 '영웅'으로 떠받는다. 라이스 장관도 이날 위촉식에서 "더 좋은 나라와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우리의 열망을 대변하는 심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정반대로 행크 애런의 755홈런 기록을 경신한 본즈는 세금탈루 및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연방대배심에서의 위증의혹까지 겹치면서 검찰의 칼날이 그의 목을 향하고 있다.
여론의 반응도 시큰둥하기 그지 없다.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한 기타 지역 팬들은 그의 홈런행진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언론은 차가운 반응으로 일관한다. 말실수가 잦은 조지 부시 대통령 또한 "본즈의 홈런 기록은 역사가 평가할 일"이라며 평소와 달리 '입조심'을 하고 있다.
연속경기 출장과 통산 홈런. 립켄과 본즈는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은 몇 안 되는 타이틀의 주인공이지만 여론과 정부의 대접은 극과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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