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PD, “누구랑 비교하지 말라, 불쾌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08.14 09: 13

“누구랑 비교하지 말라.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세계가 있는 것이고 나는 나만의 작품세계가 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TV 사극의 거장 김재형 PD가 최상급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재형 PD는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에서 진행된 SBS 대하사극 ‘왕과 나’ 오픈세트 준공식 및 고사 행사에서 이같이 강도높은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교를 말라”는 말은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왕과 나’와 같은 월화 드라마로 편성된 MBC TV ‘이산 정조대왕’을 겨냥한 말이다. 이 드라마는 ‘대장금’을 만든 이병훈 PD가 연출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TV사극에 관해 양대 산맥이라고 할만한 두 거장이 같은 시간대에 시청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기 싸움부터 눌릴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재형 PD는 “나는 1962년부터 TV 드라마를 시작했고 그것이 또 사극이었다. 그 동안 270여 작품을 했는데 그 사람(이병훈 PD)은 한참 후배이다. 라이벌이라고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PD가 이처럼 강도 높은 발언을 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각자의 세계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런 비교가 나오는 것이 아마도 시청률 경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드라마, 특히 사극을 해 오면서 누릴 것은 다 누려봤다. 내 나이 올해로 일흔 둘이다. 시청률에 연연할 나이가 아니다. 연출자 각자의 세계로 받아들여 달라”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대단한 자존심이 담긴 ‘사극 대가’의 이 같은 발언은 ‘선전포고’ 내지는 ‘출사표’ 정도로 충분히 해석될 만하다. 조선시대 환관 김처선의 이야기를 다룰 ‘왕과 나’는 김재형 PD가 특별히 자존심을 내세울 만큼 스토리 라인이 강력하다. 내시라는 특별한 신분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로 소재를 삼았지만 그 안에는 현대극보다 더 처절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김재형 PD는 “그냥 멜로가 아니다. 한 여자를 위해 스스로 남근을 제거하고 그 사람 곁에 머물고자 하는데 그런 사랑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매우 극단적인 사랑이 담겨 있지만 그 근간은 플라토닉 러브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왕과 나’의 주인공인 김처선(오만석 분)은 사랑하는 여인 윤소화(구혜선 분)가 왕비가 되어 궁궐로 들어가자 스스로 내시가 되어 마지막까지 그 여인을 보필한다. 하지만 운명의 거대한 소용돌이는 처선에게 한 여인을 조용히 사랑하게 놔두지 않는다. 후궁으로 간택된 소화를 왕의 침소로 이끌며 속 울음을 삼켜야 했고 피비린내 나는 구중궁궐의 권력다툼에서 희생되는 소화에게 왕명을 받들어 사약을 전해야 하는 끔찍한 운명이 처선 앞에 펼쳐진다. 사랑하는 여인을 왕의 침소로 안내하고 결국은 사약까지 내려야 하는 극단의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이 김처선이다. 이에 대해 김 PD는 “그런 연기는 사실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드라마는 특별히 뮤지컬 배우 출신 연기자(오만석)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그런 극단적인 슬픔에는 오히려 음악을 한 사람의 감성이 어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재형 PD는 “근래의 작품들이 대개 그러했지만 이번 ‘왕과 나’는 특히 더 현대적 감각이 가미된 사극이라고 보면 된다. 형식은 사극이라는 틀을 선택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의식은 매우 현대적이다. 오히려 현대극보다 더 처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며 드라마를 소개했다. 100c@osen.co.kr ‘왕과 나’ 오픈세트 준공식 겸 고사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재형 PD. /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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