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다. 화가가 꿈이었던 한 소년이 아파트 옥상에 앉아 그 동안 그려왔던 화집 속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찢어 종이 비행기를 접는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빈 하늘에 날려 보낸다. 마침내 마지막 한 장의 종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순간, 이 종이비행기는 소년의 영혼이 되어 행복했던 지난 날들을 주마등처럼 훑고 지나간다. 14일 밤 방송된 SBS TV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나온 장면이다. 극중 극성맞은 강남엄마로 나오는 수미(임성민 분) 아들 창훈(김학준 분)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결국 투신 자살을 선택하는 내용이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창훈은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지만 엄마의 강권에 특목고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성과가 오르지 않고 마음조차 공부에서 떠나자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서 자퇴를 결심하지만 자존심 강한 엄마 수미가 그걸 용납할 리가 없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 또한 사이가 좋지 않아 별거 상태가 되자 창훈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결국 창훈은 창공을 훨훨 나는 종이 비행기가 된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TV 드라마에서 이렇게까지 묘사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학력 제일주의의 우리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 개조론을 펼치기도 한다. 드라마 제작진도 이런 반응을 예상해 묘사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투신자살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꿈과 자유를 상징하는 종이비행기를 등장시켜 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아파트 마당 가득한 종이비행기를 보고 엄청난 비극을 직감하는 임성민의 놀란 눈빛을 통해 아득한 환상이 조심스럽게 현실로 연결되고 있다.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이 장면은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강남’으로 상징되는 우리들의 과도한 교육열이 얼마나 어린 싹들의 꿈을 왜곡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14일 방송분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학력 위조사건도 다루고 있는데 이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다소간의 논란은 따르겠지만 특목고생 창훈의 자살로 ‘강남엄마 따라잡기’도 크게 분위기를 반전하며 결론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마지막 2회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임성민의 애끊는 모성연기가 기대되기도 한다. 100c@osen.co.kr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애끊는 모성 연기를 펼칠 임성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