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돌핀스타디움(마이애미), 김형태 특파원] 김병현(28.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15일(한국시간) 기록한 ⅓이닝 투구는 빅리그 선발 등판 이후 개인 최소 이닝 기록이다. 보통 선발 투수가 등판할 경우 감독은 못해도 1회는 넘기게 하기 마련인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김병현이 선발 등판한 경기 가운데 이전 최소 이닝 투구는 콜로라도 시절인 지난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나왔다. 9월 28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나선 김병현은 2이닝 4피안타 6실점한 뒤 저스틴 햄슨과 교체돼 강판됐다. 당시 투구수는 48개. 사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이적 후 첫 등판한 지난 9일 피츠버그전에서 이미 올 시즌 선발 등판 최소 이닝(1⅓이닝)을 기록한 터였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콜로라도에서도 유일하게 선발로 나선 경기(4월 16일 애리조나전)서 3이닝은 소화한 바 있다. 그러나 친정팀 플로리다를 상대로 한 15일 경기에선 '수모'를 피할 길이 없었다. 투구수 20개에도 못미친 17개를 던진 상태에서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사실 공 11개를 던진 시점에서 밥 멜빈 감독은 이미 불펜요원 에드가 곤살레스에게 워밍업을 지시한 상태였다. 한 미국 기자는 "이렇게 이른 시점에 구원투수가 몸푸는 장면은 생전 처음 본다"며 당혹해 하기도 했다. 2달 반 가량 김병현과 함께 생활한 플로리다 타자들은 김병현을 속속 파악하고 있었다. 2번 알레한드로 데 아사부터 5번 마이커 제이콥스까지 모두 초구를 공략해 상당한 성과를 봤다. 제구력이 불안한 김병현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할 것이란 점을 간파한 듯했다. 또 김병현의 큰 투구 동작을 이용해 적극적인 베이스러닝도 불사했다. 4번 조시 윌링햄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와 3루 도루를 잇달아 시도해 성공했다. 김병현은 또다른 친정침인 콜로라도와의 지난 2일 경기에선 위력적인 구위로 개인 최다인 10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애리조나 이적 후 이상하게 무기력해진 그는 불과 12일 전까지 함께 땀흘린 동료들에게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