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돌핀스타디움(마이애미), 김형태 특파원] 밥 멜빈 애리조나 감독은 허탈하게 웃었다. 선발투수가 1이닝도 못채우고 강판한 데다 졸전으로 대패한 씁쓸함이 표정에서 묻어났다. 멜빈은 15일(한국시간) 플로리다전이 끝난 후 김병현의 투구에 대해 "공이 좋지 않았다. 통타를 당하는데야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찍 교체했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이적 후 2경기에서 2⅔이닝 동안 11피안타 9실점(7자책)했다. 플로리다에서 통했던 구위가 애리조나에서는 갑자기 죽었다. 플로리다 타자들은 김병현의 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때려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애리조나는 여유가 없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이 불안할 경우 즉시 대안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멜빈 감독은 "김병현의 활용도에 관해서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경기에도 선발로 내세울 생각이냐"는 질문에 "지금 방침을 밝힐 수는 없다. 다만 선발 잔류든 중간계투 전업이든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해 상황에 따라서는 김병현의 불펜 강등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애리조나 이적 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김병현은 심기가 불편한 듯 경기가 끝나자 마자 경기장을 떠났다. 그의 빈 라커에는 유니폼과 스파이크, 러닝화만 놓여 있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