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승' 리오스와 '15패' 윤석민의 차이
OSEN 기자
발행 2007.08.16 10: 39

15승과 15패의 차이. 지난 15일 KIA-두산의 잠실경기는 두 에이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경기는 두산의 5-1 7회 강우콜드게임승으로 끝났다. 양팀 선발투수로 등판한 두산 다니엘 리오스(35)와 KIA 윤석민(23)의 희비도 엇갈렸다. 리오스는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시즌 처음으로 15승 고지를 밟았다. 반면 윤석민은 5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5실점, 올 시즌 최다인 15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올 시즌 두 에이스의 운명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묘한 경기였다. 과연 두 투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리오스는 윤석민을 압도했다. 속전속결,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승부를 통해 KIA 타자들을 솎아냈다. 7이닝 동안 투구수가 63개에 불과했다. 반면 윤석민은 초반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의 여파인 듯 제구력이 흔들렸고 집중력이 필요한 위기에서 쉽게 득점타를 내주고 무너졌다. 그만큼 두 투수의 마운드 운영이 달랐다. 리오스는 상대를 압도하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그는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지만 묵직한 직구와 절묘한 제구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안타를 맞고 출루를 허용하면 곧바로 전력피칭으로 위기를 넘기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윤석민은 유난히 집중타를 많이 맞는 경향이 있다. 잘 막다가도 스스로 감정에서 무너진다. 이날 5회말 2사후에 연속 4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득점타를 맞고 급격하게 페이스를 잃고 연타를 허용했다. 선발투수로서 첫 시즌이라는 점도 있지만 아직은 자기 조절이 미숙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또 하나 짚을 대목은 타선의 지원능력. 윤석민의 15패 가운데 퀄리티 스타트는 6번이었다. 7이닝 4실점, 6이닝 4실점 경기가 한 경기씩 있었고 승패없는 7⅔이닝 4실점도 있었다. 이 9경기에서 타선지원을 받았다면 승수를 챙길 수 있었고 10승이 가능했다. 에이스의 숙명상 윤석민은 시즌 내내 상대 에이스를 만났다. 팀의 허약한 타선 탓에 패수가 불어날 수 밖에 없었다. 최희섭의 복귀와 함께 타선이 나아진 후반기에서는 정작 자신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부진에 빠져버렸다. 리오스는 25경기 가운데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패전투수 혹은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우는 5번이었다. 리오스가 대체로 잘 던졌고 타선도 승리가 가능하게끔 지원을 해주었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4년 연속 200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부상이 없는 강철같은 몸을 자랑하고 있다. 피칭을 준비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리오스가 앞섰다고 볼 수 있다. 에이스라는 대접을 받고도 15패를 당했지만 윤석민은 아직 어리다. 아무도 그가 한국야구의 대들보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윤석민은 올해 무수히 많은 패배를 겪으면서도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에이스가 되는 길이 힘들고도 외롭다는 것을. 그리고 올해의 쓰라린 패배들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도 함께 말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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