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매직' 사이에 있는 김성근 야구
OSEN 기자
발행 2007.08.17 08: 48

통계의 합리적 해석은 실현 가능한가?. 지난 16일 SK는 문학 삼성전에서 좌완 선발 매존을 겨냥한 타순을 내놓았다. 정근우가 정경배를 제치고 1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했고, 부동의 4번타자였던 이호준은 6번으로 하향 배치됐다. 통계를 봤을 때 일견 합리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다. 이호준은 그 전까지 매존 상대로 8타수 무안타였다. 볼넷 1개가 출루의 전부였다. 반면 정근우는 8타수 3안타에 1볼넷을 얻고 있었다. 2루타도 1개 있었다. 그러나 16일의 결과는 기존 데이터를 뒤집었다. 이호준은 첫 타석서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후 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2안타(1타점)를 내리 터뜨렸다. 반면 정근우는 4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였다. 1회와 3회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운이 따르지 않은 탓도 있었다. 통계상 정근우의 매존 상대 성적은 12타수 3안타가 됐다. 반면 이호준은 타율이 0에서 1할 8푼 2리(11타수 2안타)까지 상승했다. 뒤집어 보면 16일 정근우와 이호준의 성적이 상반된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두 타자 모두 규정타석에 진입하진 못했으나 3할대를 훨씬 웃도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준에 근거하면 이호준 역시 언젠가는 매존을 치게 된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상대성이나 천적 관계라는 것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근우가 매존에게 강하다는 주장도 취약하다. '고작' 8번 대결한 것만으로는 표본이 너무 적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서다. 그러고 보니 김성근 SK 감독의 야구를 두고 혹자는 '데이터의 야구'라 평한다. 그런데 또 한 쪽에선 '김성근 매직'이란 얘기도 한다. 16일 이호준과 정근우 기용법을 보노라면 둘 다 일리 있는 듯 보인다. 모순되지만.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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