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노트엔 무슨 내용이?’. 더이상의 아픔은 없다. U-17 FIFA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은 지난 18일 페루전서 0-1로 패하며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앞서 열린 토고-코스타리카전이 1-1 무승부로 끝나는 바람에 16강 진출을 장담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날 박경훈 감독은 대표팀 선수단보다 한 시간쯤 먼저 수원 종합운동장에 도착해 취재석에서 토고-코스타리카전을 관전하며 다음에 상대할 국가들의 전력을 탐색했다. 전반 20분께 스탠드에 올라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박 감독은 자신의 수첩에 뭔가를 꼼꼼히 적어넣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그렇다면 박 감독의 수첩엔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가. 역시 측면이었다. 수첩에 상대할 국가들의 포메이션과 주 공격루트를 그려넣은 박 감독은 다른 국가들의 측면이 위협적이란 분석을 내렸다. 실제로 이날 코스타리카와 토고는 경기내내 빠른 돌파와 개인기를 앞세워 양 측면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양국의 왼쪽 미드필더 구스만(코스타리카)과 세그베피아(토고)의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다. 페루전에서 측면 수비가 뚫려 어려움을 겪은 한국으로선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사항. 빠른 돌파가 인상적인 김민우가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되고, 윤석영이 장염으로 회복을 장담할 수 없어 측면이 되살아나리란 보장도 없다. 더구나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며 근근히 버텨주던 왼쪽 풀백 한용수마저 페루전을 뛰다 후반 29분경 퇴장당해 21일 코스타리카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페루전이 끝난 직후에도 박 감독은 “측면이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코스타리카와 토고 모두 측면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전들의 줄부상과 퇴장으로 난국에 직면한 박 감독의 필승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yoshike3@osen.co.kr 한용수가 지난 18일 페루전에서 퇴장당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