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빛나는 ‘히트 앤 드런’ 레이스 운영
OSEN 기자
발행 2007.08.19 10: 20

시즌 전체를 본다. 당장은 어려워도 웬만해서는 무리한 수는 쓰지 않는다. 치고 나갈 때와 들어갈 때를 잘 파악해 대처한다. 영리한 ‘안전운행’이다. 8개구단 감독 중 최연소이지만 벌써 한국시리즈 우승 2회의 관록이 묻어나온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고 있는 선동렬(44)의 삼성호가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선동렬 감독의 노련한 레이스 운영이 빛을 내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처음 실시된 ‘서머리그’ 우승을 차지해 상금 2억 원을 거머쥔 데 이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시즌 2위를 향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들어 초고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심정수의 부활과 함께 살아난 공격력이다. 여기에 선 감독의 ‘마운드 안전운행’도 삼성 상승세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지난 2년간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정상 정복을 이뤄낸 선 감독은 시즌 초반 힘들 때도 무리수를 두지 않으며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을 꾀해 왔다. 선발이나 불펜진에 부상 선수가 나오면 곧바로 대체 선수를 투입해 믿고 끌고가는 등 투수진 보호에 힘을 썼다. 결국 7,8월 더운 여름철 승부는 탄탄한 마운드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간파한 선 감독의 레이스 운영이었다. 그 결과가 현재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현재 3위를 마크하며 2위 두산과 치열한 ‘2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두산과 한 게임 차 3위. 선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2위를 확보해야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다”며 1차 목표인 2위 고지 점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연승으로 힘을 추스르면 무리한 연승을 노리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선 감독은 이번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 2연승을 거두자 마지막 경기에는 무명 신예인 좌완 차우찬을 ‘깜짝선발’로 예고하는 여유를 보였다. 올 시즌 19번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전부인 고졸 2년차 투수를 전격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차우찬은 생애 첫 선발 등판이다. 선 감독은 지난 등판(16일 SK전)서 마지막 투수로 나와 1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가능성을 보인 차우찬을 선발로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미 3연전 중 2승으로 우위를 점했으므로 무리하게 선발을 쓰기 보다는 ‘행운’을 노리는 한편 선수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투수 기용을 한 것이다. 선 감독의 페넌트레이스 운영법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 감독은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고 있다. 3연전서 2승을 하면 선발진을 여유있게 기용한다. 선 감독의 투수진에 무리를 주지 않는 레이스 운용으로 투수들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결국 승부는 막판 투수력에서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 무리한 운용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 오승환이 연투로 지치면 선 감독은 2, 3일을 쉬게 해주며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안전운행’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치고 빠지는 ‘히트 앤 드런’ 레이스 운용인 것이다. 선 감독은 “시즌 전에 이미 어느 정도 판세를 읽을 수 있다”며 시즌 전체를 고려한 레이스 운영임을 밝히고 있다. 자기 전력과 남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레이스 운영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선 감독이 이처럼 ‘히트 앤 드런’ 레이스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본은 탄탄한 투수력이다. 타구단에 비해 안정된 마운드 전력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부상 등으로 투수진 운영에 무리가 갔던 LG와 현대가 최근 투수진 전체의 피로로 고전하고 있는 것에 비교되는 요즘 삼성이다. 시즌 초반 투수력이 불안할 때도 무리한 운용을 피한 삼성이 해묵은 숙제였던 공격력 부활과 함께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가운데에는 선 감독 특유의 페넌트레이스 운용법이 자리하고 있다. ‘국보급 투수’에서 이제는 ‘국보급 사령탑’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선동렬 감독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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