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사랑 타령이 안먹힌다
OSEN 기자
발행 2007.08.19 11: 07

오로지 사랑에 울고 웃는 멜로 영화가 실종 상태다. 지난해 봄부터 기대했던 멜로 수작들이 연달아 참패한 여진이다. 성수기 여름 시장은 전통적으로 블록버스터와 호러물이 강하다지만 올 여름 시즌,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털어 순수 멜로는 사실상 전멸 상태다. 지난 주 국내 박스오피스(10~12,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톱 10을 살펴보면 멜로 영화는 단 한편이 없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한데 이어 '판타스틱 포: 실버 서퍼의 위협' '리턴' '서핑 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판타스틱 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이고 '리턴'은 김명민 주연의 공포 스릴러, '서핑 업'은 애니메이션이다. 6~10위도 별로 다를게 없다. 역시 한 여름 극장가의 단골 손님인 공포 영화 '기담'과 픽사의 애니 '라따뚜이', 브루스 윌리스의 액션 시리즈 '다이하드 4', SF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공포물 '1408'의 순이다. 이같이 흥행에서의 멜로 찬밥 현상은 상반기 내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개봉하는 멜로 장르의 영화 숫자가 예년에 훨씬 못미치는 탓도 크다. 흥행이 안되니 만들어지는 멜로 영화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영화계는 지난 광복절 휴일에 개봉한 엄정화 한채영 이동건 박용우 주연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 짝을 어긋나게 만든 두 커플의 빗나간 사랑을 활기차고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강동원 이나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반짝 흥행 이후 전혀 힘을 쓰지못하고 있는 멜로를 부활시키기에 '지금 사랑' 한편 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강세가 8월을 관통하는 가운데 공포 영화 수작들까지 흥행에 가세했기 때문. 멜로의 부진은 2006년 봄 시작됐다. 조폭과 코미디 장르에 식상한 관객들이 2006년 멜로에 쏠릴 것이라던 충무로의 예상은 지난해 4월 한국 멜로 흥행 1순위로 꼽혔던 조승우-강혜정 커플 주연의 ‘도마뱀’이 관객 100만명을 넘지못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후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의 초호화 출연진에 ‘무간도’의 홍콩 류위강 감독이 나선 ‘데이지’와 조재현-김지수의 ‘로망스’, 설경구-송윤아의 ‘사랑을 놓치다’ 등이 소리 소문없이 간판을 내렸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무색하게 최지우가 신예 조한선과 함께 출연한 ‘연리지’도 한국 시장에서는 고배를 들었다. 한국영화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올 상반기에는 아예 스타 캐스팅의 멜로 대작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국 멜로영화의 고전 '미워도 다시한번'이 장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호시절이 언제나 다시 올 지를 고민하는 게 요즘 충무로 분위기다. mcgwire@osen.co.kr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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