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딜레마. 서정환 감독은 지난 19일 SK전을 앞두고 노장타자 3명의 2군행을 결정했다. 외야수 조경환(35)과 심재학(35), 내야수 이재주(33)가 대상자들이다. 관심을 모은 대목은 이종범(37)에게는 계속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이종범은 2년째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 두 번이나 2군행 수모를 겪으며 타율 2할4푼2리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올해는 절치부심 강훈을 했지만 70경기에서 타율 1할6푼9리로 데뷔 이래 가장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연 연속 부진에 빠지자 이종범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이종범은 재충전 기회를 가진 지난 6월 2군행 당시 은퇴설에 휘말렸다. "한 달 간의 재충전을 마치고 1군에 돌아와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서정환 감독의 말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이종범은 은퇴설에 관련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은퇴는 내가 선택할 문제이지 구단이나 감독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불편했던 상황은 수그러졌지만 여전히 이종범의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잠재돼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이종범의 1군 잔류 조치를 놓고 서 감독은 "이종범 스스로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는지를 느꼈으면 좋겠다. 좀 더 해봐서 내년까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서 감독의 말속에는 이종범이 남은 시즌 뛰면서 스스로 은퇴이든 현역 연장이든 거취를 확실하게 결정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결과적으로 공은 이종범으로 넘어갔고 결정도 이종범의 몫이 됐다. 이종범의 선택에 따라 방향도 두 가지로 흐르게 된다. 우선 이종범이 은퇴를 결정하면 정해진 수순을 밟는다. 역대 간판 선수처럼 성대한 은퇴식을 갖게 된다. 선동렬(18번)에 이어 영구결번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코치 전환과 함께 지도자 수업을 받기 위한 해외 연수도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종범이 현역 연장을 선택한다면 진통이 예상된다. 이종범은 FA 2년 계약이 끝난다. 내심 은퇴를 바라는 구단과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재계약하더라도 높은 연봉(5억 원)을 받기는 힘들다. 만일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타 구단 이적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구단이나 이종범, 서정환 감독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현역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한다. 그런 강한 욕구를 끊고 은퇴를 결심하기는 어렵다. 평생을 뛰어온 그라운드를 떠나기 쉽지 않기 대문이다. 과연 기로에 선 야구천재 이종범은 어떤 선택을 할까.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