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이병규(33)와 요미우리 이승엽(31)이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이병규는 최근 5경기에서 선발 출전은 한 경기에 그쳤다. 나머지 4경기는 벤치에 앉았고 대수비로 들어간 뒤 타격에 나섰다. 틈틈이 안타를 날리고 있지만 주전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입단 이후 처음으로 7번 타순까지 밀렸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타선 대변화를 주면서 5번으로 뛰어온 이승엽을 7번으로 배치했다. 이승엽은 "기분 좋은 일이 있겠는가"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두 선수가 고행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물론 성적 부진이다. 이병규는 타율 2할5푼에 5홈런 30타점, 이승엽은 타율 2할6푼5리에 20홈런 5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에서 기대했던 활약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찬스에 약했고 출루율도 낮았다. 이병규의 출루율은 2할8푼5리, 득점권 타율은 2할2푼1리(86타수19안타)에 그쳤다. 득점권에서 23타점을 올렸고 홈런은 없다. 15개의 삼진을 당했고 9개의 볼넷을 얻었다. 이병규는 시즌 초반 5번타자, 7번타자, 1번타자 등으로 골고루 기용됐다. 득점권 타율과 출루율이 낮은 것이 주전 탈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역시 득점권 타율 2할6푼8리(97타수26안타)로 저조하다. 득점권에서 8홈런 3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삼진이 26개 있고 볼넷은 14개을 골랐다. "득점권 타율을 높이지 않는다면 중심타선 복귀가 쉽지 않다"는 타격코치의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승엽의 동료들 가운데 득점권 성적(이하 18일 현재)을 살펴보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타율 3할2리 8홈런 43타점을 기록하고 있고, 아베 신노스케는 타율 3할2푼5리 8홈런 53타점을 올리고 있다. 주니치의 타이론 우즈는 타율 2할5푼6리 4홈런 43타점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득점권에서 볼넷이 무려 53개에 이른다. 상대 투수들이 우즈의 장타를 두려워해 위기에 몰리면 유인구만 던졌고 속지 않으면 걸렸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의 주전 탈락과 하위타순 이동은 득점권 타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감독으로서는 찬스에 약한 타자를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두 팀은 치열한 선두경쟁을 하는 팀들이니 이길 수 있는 타자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일본도 아니고 메이저리그도 아닌 여기 한국에 가까운 예가 있다. 삼성 4번타자 심정수는 타율은 2할5푼2리에 불과하지만 무려 8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선수를 타율이 낮다고 누가 미워할 수 있겠는가.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