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K리그서 인정받는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7.08.20 10: 49

‘약간의 자극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뤄낸다!’. 때에 따라선 적당한 자극도 필요했다. 무승부의 결과는 아쉬웠지만 성남 일화 김학범 감독의 선수 관리능력과 용병술은 역시 뛰어났다. 지난 19일 오후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삼성 하우젠 K리그 17라운드에서 성남은 난적 울산 현대를 맞아 후반 10분 김두현의 득점으로 1-0 리드를 잡았으나 종료 3분을 남기고 마차도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수원전 패배 이후 2연속 무승의 고리를 이어갔다. 그래도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결단력은 빛났다. 지난 7월 아시안컵 부진의 후유증이 이어지며 소속팀에서도 줄곧 어려움을 겪던 붙박이 플레이메이커 김두현을 선발 명단에서 과감히 제외시킨 것. 구단 관계자나 김 감독은 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지만 관점에 따라 ‘선수 길들이기’ ‘부진에 대한 책임론’ 등등으로 비쳐질 수 있어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마음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조마조마 전반 45분간 벤치를 덥힌 김두현은 후반 박진섭을 대신해 투입되자마자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수비 가담은 물론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기회를 엮어냈다. 마음으로 뭔가 깨달았음이 분명했다. 결국 김두현은 투입된 지 불과 10여 분 만에 김상식의 패스를 받아 멋진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시즌 6호골. 올해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던 설움과 아픔을 통렬한 득점포 한 방으로 날린 셈이다. 마차도의 동점골로 빛이 바랬으나 여운은 길었다. 원인 모를 부진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는 스타를 자극함으로써 선수의 잠재력과 기량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 김학범 감독이 왜 K리그 최고의 지장으로 통할 수 있는지, 다 잡은 경기를 놓치고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울산전이었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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