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새영화를 들고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죽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영화 ‘데쓰 프루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빠른 속도감에 따라 몰입하다보면 저절로 박수가 나오고, 박수가 나오자마자 끝이나는 황당함에서 비롯된다. ‘데쓰 프루프’는 B급 영화다. 무성의하게 만든 오프닝과 홈비디오를 연상케하는 촬영구도, 대화를 끊어버리는 편집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발칙한 연출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최신 영화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엉성해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끌림은 빠른 속도감에서 시작된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듯하다가 차량 액션신으로 탄력은 속도감은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이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과 통틀어 하나의 이야기라는 접합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상편을 보고 느꼈던 불편함은 하편을 지배한다. 그런 불편함으로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고, 결국에 가서는 아찔할 정도의 통쾌감을 느끼게 된다.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일부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역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생각지 못한 잔인함과 선정적인 말들이 그런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 자유자재로 변하는 전개는 영화의 일관성을 놓치게 할 우려도 있다. 그리고 결말이 주는 황당함은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얼마나 발칙한가 두고 보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영화가 끝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다.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 분)와 7명의 미녀들이 등장하는 ‘데쓰 프루프’는 9월 6일 개봉한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