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카를로스 삼브라노(26.시카고 컵스) '대박'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 삼브라노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투수를 보유한 구단은 저마다 '역풍'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이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제이크 피비(26)의 불만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주목되는 구단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미네소타 트윈스다. 각각 C.C. 사바티아(27)와 요한 산타나(28)라는 정상급 좌완을 보유한 탓에 '삼브라노 역풍'을 벌써부터 경계하고 있다. 사바티아는 내년을 끝으로 2년 1775만 달러 계약이 끝난다. 2001년 데뷔 후 7년 연속 두자릿 수 승리를 기록한 사바티아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왼손 투수 중 하나로 꼽힌다. 올 시즌 14승 6패 방어율 3.43을 기록한 그는 팀의 '기둥'이다. 특히 벌써 탈삼진 168개를 기록, 지난해 세운 개인 최다 기록(172개)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이런 사바티아를 내년 시즌 종료 이전 다년 계약으로 묶어야 한다. 그러나 얼마를 제시해야 할 지 엄두가 안 난다. 이미 팀내 최고 대우를 해주고 있지만 '시장 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바티아의 올해 연봉은 875만 달러에 불과하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의 연봉총액은 6150만 달러.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선전한다면 내년에는 선수 몸값으로만 1억 달러 가량을 써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서부터 제기된다. 사바티아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 샤피로 단장은 일단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브라노 계약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지난 겨울 배리 지토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하면서 받은 8년 1억2600만 달러에 삼브라노까지 가세하면서 투수 몸값은 이미 폭등했다. 사바티아 정도의 경력이라면 FA 시장에서 연평균 1800만 달러 이상을 바라볼 만하다. 클리블랜드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미네소타는 더한 처지다. 산타나는 지토 삼브라노 사바티아보다 한 레벨 위에 있는 것으로 이미 평가받고 있기 '에이스 중 에이스'다. 투수 사상 최초로 연평균 2000만 달러의 다년 계약이 유력시 된다. 4년 3975만 달러의 현행 계약이 내년을 끝으로 만료되는 그는 FA 시장에 나설 경우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부자 구단들이 돈다발을 싸들고 달려들 전망이다. 이미 AL 사이영상을 2차례나 수상한 그는 올해 역시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된다. 시즌 13승9패 방어율 2.88에 191탈삼진을 기록한 그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언히터블' 체인지업이 건재한 데다 특별한 부상 없이 매년 230이닝 가량을 소화하는 점, 파워피처로는 매우 뛰어난 제구력을 보유한 점에서 그는 '현역 최고'로 여겨진다. 겉으로 즐겁지만 속으로는 기뻐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단 측은 삼브라노 계약은 이미 예상됐던 만큼 놀랄 일이 아니라고 애써 무덤덤한 반응이지만 열악한 재정 형편상 그를 붙잡기 어려울 것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구단 해체를 검토할 정도로 대표적인 스몰마켓인 데다 7100만 달러(19위)의 연봉총액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구단이 한 선수에게만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메이저리그 선수의 시장 가격은 특정 구단과 특정 선수의 계약이 중요한 '선례'로 작용한다. 그와 엇비슷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저마다 "내가 그보다 못할 게 뭐 있느냐"며 '공평한 대우'를 주장한다. 빅리그 스타들의 몸값은 이런 상호 작용을 통해 매년 하늘 높은줄 몰고 치솟는다.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지토가 충격을 안긴 뒤 채 1년이 지나지도 않아 컵스와 삼브라노가 군소리 없이 시장의 규칙을 따랐다. 그렇다면 사바티아와 산타나는 어떤 대우를 원할까. 또 이들을 지켜볼 또 다른 선수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꿈꿀까. 돈이 넘쳐나는 메이저리그 야구판의 진풍경이다. workhorse@osen.co.kr 요한 산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