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공수 전환과 예측 쉬운 패스가 패인'. 실로 어이없는 패배였다. 불과 한 주 전까지 4강 진출을 다짐한 호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이젠 예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경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월드컵 대표팀은 지난 21일 오후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A조 두번째 경기서 종료 5분 전부터 2골을 허용, 0-2로 무너졌다. 페루전(18일, 0-1)에 이어 2연패. 16강 자력 진출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와일드 카드'라도 따기 위해 남은 토고전에서 3~4골 이상 차이로 이긴 뒤 다른 조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날 한국의 플레이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2% 부족했다. 무엇보다 느린 공수전환과 한 템포 늦은 패스가 가장 큰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현장을 찾은 수 명의 FIFA 기술 분석진(TSG)과 코스타리카의 우레나 감독은 한국의 특징으로 공격과 수비로 전환할 때 '느린 템포' 및 '예측 가능한 패스'를 꼽았다. 이날 우레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은 공수전환도 느린 데다 포지션의 간격도 넓었다"며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변화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공격 이후 디펜스 전환이 빠르지 못했다. 열심히는 뛰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의미없는 패스도 남발했다. 또 어쩌다 좌우 측면까지 볼이 배급돼도 생각없는 크로스로 일관해 기회를 날렸다. 플레이가 느리자 경기가 매끄러울 리 없었다. 공격이 끝난 뒤 수비가담이 늦어져 미드필드 중앙이 뻥 뚫리는 모습도 여러 번 보여줬다. 2번의 실점도 역습을 차단하지 못해 허용했다. 사실 윤빛가람이나 배천석, 주성환 등 일부 선수들의 몸놀림이나 개인 기량은 좋았다. 먼저 실점한 뒤 동점골을 넣기 위해 투지를 발휘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투지와 정신력, 개인기가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의 묘를 살리는 실리 축구. 전체 주도권을 쥐고서도 무너진 한국과 역습 위주의 전술을 짜 승리한 코스타리카의 차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