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곰 공포증'을 어찌할까?. 승패차 20(59승 39패 5무)의 고공 비행을 펼치고 있는 1위 SK이지만 두산전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다. 39패 중 10패를 두산 한 팀에 당했다. 특히 이 10패는 최근 두산전 11경기에서 나온 숫자다. 5연패 뒤 겨우 1경기를 승리했으나 다시 6연패에 빠졌다. 21일엔 10점차 대패(1-11)하며 올 시즌 두산전을 열세로 마치게 됐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6승 10패의 열세 기조를 돌릴 수 없게 됐다. ■왜 두산은 SK에 강한가? SK는 빠르다. 그러나 두산은 더 빠르다. 그리고 두산엔 리오스가 있다. 지난 21일 경기는 두산의 SK전 초강세가 힘에서 앞선 결과란 것을 드러낸 일전이었다. 김성근 SK 감독도 전부터 인정했듯 두산 야구는 '공격은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수비는 한 베이스를 더 못가게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다. 두산 3번타자 고영민은 3회말 안타 출루 뒤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4번 김동주의 1루수 파울 플라이 때 리터치로 3루를 파고 들었다. 불펜 담장을 의식하지 않고, 점프해 잡아낸 SK 1루수 박정권의 투지도 돋보였지만 고영민의 센스는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곧이어 최준석의 안타로 두산은 추가점을 벌었고, 7번 이대수는 좌중간 가르는 2루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이때 이대수는 SK 중계 플레이가 홈으로 쏠리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6회 적시타를 친 고영민 역시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똑같은 패턴으로 지체없이 2루를 노렸다. 또한 두산은 리오스란 필승카드를 갖추고 있다. 리오스는 두산이 SK전 11경기 중 10경기를 이기는 동안 4번 등판하면서 3연전의 첫머리를 책임진 게 3번이다. 유일하게 리오스가 첫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부친상 탓에) 때가 바로 두산의 패전 경기다(그러나 리오스는 그 다음날 등판해 1-0 완봉승을 거뒀다). 리오스는 SK전 4연승 중이고, 35이닝 연속 무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리오스가 첫 경기를 잡고 가니, 그 여세가 나머지 2경기에도 전파되는 셈이다. ■왜 SK는 두산에 약한가? 비슷한 팀 컬러지만 역동성에서 SK는 두산에 약간 밀린다. 여기다 SK의 레이번-로마노는 두산의 리오스-랜들보다 못하다. 그러나 최근 11경기 중 10경기를 졌어도 SK가 일방적으로 완패한 경우는 거의 없다. 다 잡은 경기를 놓쳐서 지금의 화를 키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두산 4번타자 김동주는 6월 30일과 7월 17일 결정적 홈런을 터뜨려 흐름을 바꿨다. 5월 31일과 6월 17일, 7월 17일은 연거푸 SK의 연장 패배였다. 특히 6월 17일 경기는 9회초 투아웃까지 잡아놓고 동점을 내줬다. 6월 16일과 7월 13일엔 리오스에게 내리 0-1 완봉패를 당했다. SK와 두산의 희비를 갈라놓은 결정적 차이는 클러치 능력이었다. 두산은 김동주 외에 최준석, 이대수가 고비마다 팀을 구했지만 SK 타자들은 '소프트넘버' (SK가 1위여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SK 타자들은 의외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SK의 득점력과 결정력은 별개의 사안이다) 가 많다. 여기다 중반 이후 두산전 역전패가 유독 많은 사실 역시 김성근 감독의 용인술이 유독 두산전엔 먹히지 않는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SK 야구의 속성상, 김 감독의 판단이 빗나가면 이는 곧 패배다. sgoi@osen.co.kr 지난 21일 잠실 경기 두산의 3회말 무사 2루서 김동주의 1루수 파울플라이 때 2루 주자 고영민이 허를 찔러 태그업, 3루에 진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