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돌아온 거죠.” 최근 인터뷰에서 연기자 임성민이 이런 얘기를 했다.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어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임성민은 여차하면 쉽게 갈 수도 있었던 그 길을 무려 20년이나 걸려 돌아갔다. 21일 막을 내린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임성민에게 각별한 드라마다. 일부 에피소드가 임성민의 자전적 스토리를 다루는 듯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꿈을 막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임성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20년을 돌아왔다”는 얘기도 결국은 그 맥락이다. 꿈 많던 스무 살 시절,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꾸었을 연기자의 꿈을 2007년 8월, 이제야 이뤘기 때문이다. 추상같이 엄격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탤런트 시험(91년 KBS 14기)에 합격해 놓고도 다시 아나운서 공채(KBS 20기)에 응시해야 했고 그렇게 돌아가기 시작한 길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데 무려 20년이 걸렸다. 이런 사연을 안고 있는 임성민이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특별한 소회를 남겨 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작품이 바로 ‘강남엄마’이다. 임성민은 이 글에서 “강남엄마는 출연 배우들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겠지만 특히 저에게 정말 뜻 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극중 수미로, 민주와 미경의 친구로, 지연과 창훈의 엄마로, 준호의 아내로 시청자 여러분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까요”라고 적었다. 사실 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임성민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너무 강렬한 눈빛이 문제였다. 시청자를 빨아들일 듯한 강한 눈빛은 아나운서에겐 매우 필수적인 요소이다. 카메라를 뚫어 버릴듯한 안광은 아나운서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특징이다. 그러나 연기자들은 다르다. 눈빛을 밝힐 때 밝히고 죽일 때는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임성민은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것이 경력의 꼬리표로만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전문직 종사자의 특징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무심코 던지는 말투나 눈빛에서 아나운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이 ‘무념무상’이다. 머리 속에서 ‘매 순간 상황을 정리하던’ 습관을 버리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눈에 서려있는 총기를 빼는 훈련이었다. 이 훈련이 성과를 보는 순간, 연기자로서의 임성민은 훨씬 유연해져 있었다. 시청자게시판에서 임성민은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등하교 동창 친구로 같이 연기한 주인공 하희라 씨와 정선경 씨, 고맙습니다. 저에게 촬영현장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늘 편하게 대해 주셨기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시청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물론 연기자 임성민이 갈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하지만 20년 외고집이 마침내 성과를 거두는 것 같아 지켜보는 마음이 뿌듯하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통해 연기자로 거듭난 임성민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