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내년 봄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는 말 그대로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 될 확률이 농후하다. 살아남는 자 보다 탈락하는 자가 더 많은 '정글'에서 몇명이나 버틸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한국시간) 김병현(28)이 방출대기를 당하면서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야구 선수 가운데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보류 선수' 성격인 40인 로스터로 늘려봐도 류제국(24.탬파베이)과 추신수(25.클리블랜드) 뿐이다. '코리언 빅리거'라는 말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올해는 이렇게 넘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너 죽고 나 살아야하는' 스프링캠프에서 몇명이나 끝까지 생존할지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일단 올 시즌 뒤 계약에서 이전과는 다른 대우가 예상된다. 구단이 가능성을 인정하는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이너리그 계약에 스프링캠프 초청 자격을 노려야 할 판이다. 코리언 빅리거의 '상징' 격인 박찬호(34)를 비롯해 서재응(30) 김선우(30)가 대표적이다. 휴스턴 잔류 의사를 시사한 박찬호와 새 구단을 알아보겠다고 밝힌 서재응은 미국 진출 이후 한 번도 40인 로스터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 '새로운 환경'에 접해야 한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이번 겨울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스프링캠프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구단 보류 선수와 캠프 초청 선수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캠프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시범경기에서 같은 성과를 냈다 하더라도 구단이 애지중지하는 유망주가 경쟁자 그룹에 포함돼 있다면 상대적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올해 새미 소사(텍사스)처럼 초청 선수로 참가한 뒤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이는 흔치 않은 케이스에 해당한다. 특히 초청 선수가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구단이 쉽게 처분할 수 있는 신분인 탓에 언제 마이너 캠프로 떨어질 지 모른다. 지난 스프링캠프서 괜찮은 활약을 펼쳤지만 초청 선수라는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김선우가 좋은 예다. 샌프란시스코는 막판까지 김선우의 빅리그 합류 여부를 고심했지만 이 역시 불펜의 한 자리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우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빅리그 진입을 노려할 판이다. 플로리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김병현의 경우 일단 메이저리그 계약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애리조나 이적 후 워낙 부진했기에 올해(250만 달러) 이상의 조건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이전트의 능력에 달렸지만 선발진 보강이 시급한 구단을 찾는다면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는 수모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류제국과 추신수는 아직 구단의 보호막 안에 있다. 9월 로스터 확장과 함께 빅리그에 올라설 이들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출발한다. 다만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랄 수 있는 올 한 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은 근심거리다. 유망주들은 최소 25세 이전에는 입지를 굳히거나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난 결과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류제국은 빅리그에서 롱맨으로 대기한 까닭에 정작 실전 경험이 부족했고, 추신수는 의도치 않은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내년 스프링캠프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의 장이다. 시즌 중반 어깨 부상으로 재활 중인 백차승(27.시애틀)도 내년 캠프를 소흘히 할 수 없다. 그간 한국 선수들에게 스프링캠프는 '몸푸는 장' 정도로 여겨져 왔다. 올해초만 해도 박찬호와 서재응, 김병현 모두가 당당한 메이저리거로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갔고 이 가운데 서재응, 김병현, 류제국이 개막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현역 빅리거'가 한 명도 없는 현 시점에선 지금 당장보다 앞날이 더 걱정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아시아 선수들의 빅리그 진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선수들에게 다시 햇살이 비칠 날은 언제일까.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