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한국판 모리노될까?. 주니치에 모리노란 선수가 있다. 붙박이 선발 출장의 핵심 전력이지만 이 선수의 특징은 다른 주전 선수들과 달리 일정한 포지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팀 사정에 따라 2루수-3루수를 겸업하고, 외야 전 포지션까지 가능하다. 모리노의 멀티 능력 덕분에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은 세 가지 효과를 얻었다. 첫째로 포지션 중복이 사라졌다. 덕분에 주니치는 3루수 나카무라, 외야수 이병규, 도노우에 등을 상황에 맞춰 선발 출장시키고, 모리노의 포지션을 바꾸는 전력 극대화를 펼 수 있었다. 둘째로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모리노로 메우면 됐다. 나카무라와 2루수 아라키, 외야수 후쿠도메 등이 시즌 중 부상을 입었어도, 주니치가 센트럴리그 선두권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셋째로 모리노의 존재 자체만으로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안이한 플레이를 펼쳤다간 자기 자리에 모리노가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의식을 하고, 더욱 분발하게 되는 효과를 낳는 셈이다. 한국에도 모리노와 같은 멀티 포지션 소화 선수로 삼성의 김재걸, 김한수를 꼽을 수 있다. 호시노 전 주니치 감독은 선수들의 멀티화를 선호했는데 그의 영향을 받은 선동렬 감독 역시 이를 부분 수용한 것이다. 여기에 올 시즌부터 LG 내야수 박경수(23)도 멀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경수는 입단 후 LG 세대교체의 기수로 손꼽히며 주전 2루수를 꿰찼다. 그러나 어깨 수술 여파와 타격 슬럼프 탓에 베테랑 이종렬에게 2루 주전 자리를 사실상 내줬다. 여기다 유격수 권용관, 3루수 김상현이 포진하면서 그의 자리는 없어진 듯했다. 그러나 최근 박경수는 2루수 뿐 아니라 유격수-3루수까지 도맡는 전천후 내야수로 기능하면서 LG의 공수 옵션을 다양화시켜주고 있다. 가장 생소한 3루를 맡았던 지난 22일 현대전에선 안정된 수비와 함께 타격에서도 2루타와 3루타로 멀티히트를 쳐냈다. 박경수는 1990년대 이종범(KIA)과 함께 최고 유격수로 군림했던 유지현의 후계자로 지목되며 그의 백넘버 6번을 물려받은 바 있다. 아직까지 유지현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다른 차원의 야구 센스로 백넘버 6번의 후계자로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