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예선 일정으로 인해 'K리그'에 또 사죄해야 할 처지다. 근래 멋쩍은 일이 잦았던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 얘기다. 꼭 자기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마치 모든 게 자신 탓인양 마음이 계속 무겁게만 느껴진다. K리그 부산아이파크 사령탑에 올랐다가 불과 17일 만에 올림픽팀으로 자리를 옮겨 축구팬들의 지탄을 받아온 박성화 감독은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늘 사죄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부산에 부임하며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대의명분을 내세워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한 미안함과 멋쩍음이었다. 이렇듯 K리그에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난감한 박성화 감독이 또 사과할 일이 생겼다. 바로 빼곡한 예선일정으로 인한 선수 차출이다. 오는 9월 8일로 예정된 바레인과 예선 2차전 원정경기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31일 선수단을 파주NFC에 재소집한다고 밝혔다. 우즈벡전이 끝난 뒤 해산돼 각자의 소속 구단에 합류한 선수들은 이번 주말과 29일 열릴 K리그 경기를 마치고 다시 파주행 차량에 탑승해야 한다. 바레인 원정전 출전명단은 다음주 초쯤 발표할 예정. 뿐만 아니라 올림픽팀은 바레인 원정을 다녀온 직후 해산하지 않고 9월 12일 홈에서 열릴 시리아와 예선 3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로써 K리그 각 구단들은 또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선수들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우즈벡전 명단을 기준으로 3명이나 내보낸 수원 삼성이나 각각 2명씩 차출돼 전력에 차질을 빚은 FC 서울,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의 불만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한 지방 구단의 관계자는 "한국 축구는 어차피 대표팀을 위한 시스템"이라며 "뭘 해봐야 K리그 구단에는 관심조차 없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도 "축구 강국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올림픽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모두 차출하려는 모양새가 우습다"면서 "박성화 감독은 팬들뿐 아니라 K리그 구단에도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리그와 안좋은 일로 유독 얼굴 붉힐 일이 잦았던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 좌불안석의 초조한 심정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박 감독이 한국축구에 가져올 성적은 과연 어떠할까.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