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위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1위 SK로서는 지난 23일 두산전은 '어쨌든 승리했다'는 사실 외엔 별 소득이 없는 경기였다. 김성근 SK 감독도 경기 직후 "힘들었다"고 했다. 5-0으로 앞서던 경기가 대역전패 일보 직전까지 갔기 때문이다.
특히 SK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준 근원은 선발 케니 레이번(34)의 피칭이었다. 기록만 따지면 5회까지 노히트노런이었고, 5⅓이닝 2실점이었다. 직구 구속도 최고 시속 151km를 포함해 140km대 후반을 유지했다.
그러나 몸에 맞는 볼 1개를 포함해 5개의 4사구가 문제였다. 병살타 2개로 1,2회 고비를 넘겼지만 압도하는 맛이 없었다. 볼 카운트는 질질 끌기 일쑤고, 그러다 보니 투구수는 불어났다. 6회 원아웃 후 이종욱에게 볼넷-김현수에게 우중월 2점홈런을 얻어맞자 김 감독은 바로 교체해 버렸다. 투구수가 100개에도 못 미쳤고(99개), 여전히 5-2 리드였지만 '못 봐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SK는 6-4로 승리했고, 레이번은 시즌 14승(5패)째를 거뒀다. 그러나 SK는 윤길현-정대현-김경태-조웅천 등 불펜진을 총동원해야 했다. 그러고도 안심을 못해 가득염-김원형까지 불펜 대기했다. 5점차 리드를 안은 선발이, 그것도 에이스가 6이닝도 못 버틴 탓이다.
더욱 문제는 레이번의 경기를 돌아보면 이런 패턴이 너무 빈번하다는 점이다. 14승 중 6이닝도 못 채우고 내려갔는데 이긴 경기가 4승이나 된다. 특히 개막 7연승 이후 등판만 따지면 7이닝 이상 투구 경기는 15번 중 단 3번뿐이다. 즉 불펜과 타선 지원에 의한 승수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물론 어쨌든 이기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레이번 만한 용병이 어디 있냐는 주장도 일리있다. 그러나 레이번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SK의 에이스다. '이기면 장땡'인 시즌 초반과 달리 데이터가 아니라 퀄리티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 관점에서 승수는 쌓이지만 믿음은 갈수록 떨어지는 레이번이다. SK가 레이번을 영입한 주된 요인이 코나미컵 때 보여준 단판 승부를 이겨줄 능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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