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숨은 공신은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다. 김병현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측은 김병현이 개인적으로 희망했던 플로리다로 복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플로리다는 25일(한국시간) 애리조나가 김병현을 방출하자마자 낚아챘다. 미리 사전교감이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보라스 측이 사전 준비를 했기에 가능했다. 사실 보라스 측은 애리조나로부터 방출대기한다는 통보를 받은 뒤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다각도로 '옵션'을 강구했다. 김병현이 새로 뛸 곳을 물색함과 동시에 구단에 조건없는 방출로 내보내주기를 요청했다. 어차피 애리조나에서의 미래가 밝지 않은 데다 부담없이 새로운 구단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FA 신분을 얻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일의 진행이 더딜 경우 일단 마이너리그 강등을 받아들인 뒤 애리조나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아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병현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플로리다가 일찌감치 재영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일이 쉽게 풀렸다. 김병현은 지난 5월 9일 전 에이전트 빅터 리 대신 보라스를 새로운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빅터 리 개인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지만 메이저리그 야구판을 꿰뚫는 인물에게 일을 맡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답답했던 콜로라도 탈출이 당시만 해도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에이전트를 교체한지 5일 만인 14일 김병현은 호르헤 훌리오와의 맞트레이드로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3개월간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가난한' 플로리다 사정 탓에 지난 4일 웨이버 공시를 통해 애리조나로 이적했고, 심적 압박과 부진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결국 12일 만에 결별 통보를 받아 애리조나와의 인연이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병현에겐 플로리다가 있었다. 기분 좋게 운동했던 플로리다에 재합류하면서 김병현은 애리조나에서의 씁쓸했던 기억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김병현이 마이너리그에서 차일피일 시간을 죽이지 않고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게 된 데에는 재빠른 일처리로 시간 낭비를 줄인 보라스 측의 힘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물 에이전트인 보라스가 올 겨울 FA 시장에서도 김병현에게 '든든한 힘'이 되줄지 주목된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