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각급 성인대표팀의 젖줄이 돼야 할 청소년팀이 부실하다. 박경훈 감독이 이끌었던 17세 이하 대표팀이 끝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부터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감상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예고된 실패였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운이 없었다는 말도 변명처럼 느껴진다. 이번 17세 월드컵에 나선 대표팀은 최악이었다. 팀이 구성된 뒤 약 2년 7개월 동안 대한축구협회의 전방위적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해외 전훈을 통한 금전적 지원이었을 뿐 기술위원회의 정보력 부족은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당초 박경훈 감독이나 대한축구협회는 마지막 상대였던 아프리카 토고에 지더라도 남미의 페루나 북중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낸다는 계획이었다. 비디오 자료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우리가 원하지 않던 국면으로 흘렀다. 페루에 0-1로 패한 뒤 코스타리카에 잘 싸우고도 0-2로 또 졌다. 오히려 가장 강할 것이라 여긴 토고에게 2-1 역전승을 거뒀다. 결국 기술위의 분석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한 성인 대표팀에 이어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또 선수들의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경훈 감독도 지난 25일 “체력이나 조직력은 시간만 있으면 금세 다질 수 있지만 개인 기량의 차이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우리 선수들의 개인기나 기술은 다른 팀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반드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은 26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가진 홈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유럽이나 남미는 나이든 지도자가 청소년과 유소년을 맡는다”면서 “이는 선수들에게 간접 경험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토고전 막바지, 선수들이 볼을 돌렸을 때 벤치에선 보다 강하게 몰아치라고 주문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학원 축구로 대변되는 후진형 육성 시스템도 문제다. 한국의 경우 18세 이상이 돼야 성인 프로팀의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유망주 조기 발굴과 육성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국가 선수들 면면을 살피면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 등 명문 클럽에 소속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국이나 북한처럼 학교나 딱딱한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없었다. 사실 16강 탈락 원인은 앞서 거론한 3가지 외에도 더 많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미 모든 게 끝나버린 지금에서야 떠들어대는 것도 우습다. 다만 또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부터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게 옳다. 모쪼록 한국 축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와 어린 선수들에게 의미있는 성장통이 되길 축구팬들은 희망하고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