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의 빨랫줄 송구가 그립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외야수들을 쳐다보면 한숨부터 쉰다. 외야수들의 형편없이 약해진 송구력에 혀를 찬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외야수들의 ‘빨랫줄 송구’가 보이지 않는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강견을 자랑하는 외야수들이 한 팀에 한두 명씩은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타자가 타격도 하기 전에 스타트를 끊는 2사 2루의 상황은 둘째 치고 무사 2루, 혹은 1사 2루에서도 짧은 안타만 나와도 2루주자가 홈인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발이 느린 선수들도 홈으로 대시해 성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외야수가 직접 홈송구를 하지 못해 내야수에게 릴레이하는 경우도 잦다. 모두가 외야수들의 송구력이 근년 들어 현저하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수 년 전만 해도 심재학(35.KIA) 심정수(32.삼성) 송지만(34, 현대) 등이 우익수로 뛰면서 ‘빨랫줄 송구’로 주자를 3루나 홈에서 아웃시키던 장면은 이제는 볼 수가 없다. 그들도 20대 때는 강한 어깨를 자랑했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약해지고 있다. 토리 헌터(미네소타 트윈스) 등 서양인 메이저리거는 차치하더라도 체격 조건이 비슷한 일본 출신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보다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TV를 통해 중계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기를 보면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외야수들의 어깨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야구에서도 발빠른 주자라도 외야 짧은 안타에는 2루에서 홈까지 넘보지 못한다. 대부분 3루에서 멈춘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이진영(27.SK)이 기막힌 홈송구로 일본전 승리를 이끈 것과 흡사한 장면들이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희귀장면’이 돼 가고 있다. ▲외야수 기피로 인한 기본기 부족 왜 이렇게 됐을까. 일본 선수들에 비해 체격조건이 나쁠 것도 없고 어깨도 강하다는 평을 듣던 한국 외야수들의 송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한 요인은 고교야구에서 싹트고 있는 ‘투수 선호’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고교선수들 대부분이 프로에서 대우를 받는 ‘투수’가 되기 위해 열심이고 투수가 안 되면 내야수로 뛰기를 바라는 게 현실이다. 외야수는 포수와 함께 맨 나중에 선택하는 포지션이다. 그러다 보니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진 외야수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명타자제도를 실시하는 탓도 크다. 투수도 타석에 서던 예전에는 투수가 외야수로 나갔다가 다시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섰지만 이제는 투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학이 고교시절 투수로도 각광받던 선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야수들의 어깨가 빈약해지는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제는 투수들이 외야 수비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어깨가 좋은 외야수가 드물게 된 것이다. 고교야구에 도입된 지명타자제를 하루 빨리 철폐하고 외야수들이 기본기부터 다질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봉 고과도 문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연봉 고과를 매길 때 수비력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타격 성적을 연봉 고과에 높은 점수를 주는 현실이다. 그나마 수비율에 대해 비중을 두는 포지션은 내야수와 포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프로야구단들이 외야수의 보살(송구 아웃)은 연봉 고과에 고려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외야수들은 외야 수비 훈련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타격 훈련에 매달리게 된다. ‘수비는 잘하는데 방망이가 안돼’라며 ‘반쪽 선수’ 취급하는 국내 프로야구 현실도 문제이다. 지나치게 공격력을 우선시하면서 외야 대수비 요원으로 뛰는 선수는 무시하고 있다. 그러니 외야 수비 훈련보다는 방망이 훈련에 열중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외야수들의 보살 등 수비력도 연봉 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고과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야구의 질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외야수들의 ‘유리어깨’로 재미없는 야구가 계속된다면 프로야구 흥행은 탄력을 잃는다. 프로야구 나아가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외야수들이 대접받는 풍토가 다시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관련기구들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sun@osen.co.kr 스즈키 이치로가 포구 후 송구 동작을 취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