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대표팀의 실패, 한국 축구 시스템 문제
OSEN 기자
발행 2007.08.27 15: 32

'학원 축구로는 한계가 있다'. U-17 대표팀의 16강 탈락을 놓고 말이 많다. 홈에서 열린 U-17 월드컵 그것도 2년 넘게 합숙 훈련을 하면서도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실패는 특정 그룹만의 잘못이 아닌 한국 축구 전체 시스템의 부조리가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드래프트제도, 이제는 폐지해야 지난 2005년 K리그 이사회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결정을 내렸다. 바로 K리그 드래프트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당시 K리그 이사회는 축구팬들과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아져만 가는 선수 수급 비용을 들어 드래프트제를 강행했다. 이 덕분에 많은 유망주들은 J리그로 빠져나갔고 각 프로구단은 유소년 육성의 동기를 잃어버렸다. 특히 K리그 각 구단이 18세 이전의 선수들을 프로로 데려올 수 없게 된 것이 크다. 여기에 그동안 유소년을 육성해온 포항, 전남, 울산 등은 팀 내에서 단 4명만 우선 지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 타격은 더욱 크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 7월초 16강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좋은 내용으로 찬사를 받았던 U-20 대표팀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대다수가 프로 소속인 U-20 대표팀은 프로 경험을 바탕으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반면 이번 U-17 대표팀은 골키퍼 김승규를 제외한 전원이 고교 소속으로 학원 축구의 한계에 막혀버릴 수 밖에 없었다. 학원 축구는 상급 학교 진학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선수 육성보다는 승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프로 유스팀 출신들이 즐비한 세계의 다른 팀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K리그 드래프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수단의 인건비가 높아졌다면 각 K리그 클럽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인건비를 낮추어야 한다. 스타 선수와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으로 높아진 비용을 드래프트제라는 미봉책으로 막을 수는 없다. K리그 드래프트 문제뿐만 아니라 클럽 축구가 학원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럽 축구를 지향하고 있지만 일선 학원에서는 클럽팀들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프로팀의 U-18 팀인 포철공고, 현대고, 광양제철고 등에 맞서 성적을 내야 하는 일선 학원 축구팀은 곱지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각지에 있는 어린이 축구교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축구 교실을 통해 축구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 이기는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가르칠 수 있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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