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의 더블A 투수, 그래도 정성기는 행복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08.28 07: 06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더블A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정성기(28)를 기억하시는지. 지난 2002년 동의대를 졸업하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다. 입단 당시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그는 현재 미시시피 브레이브스(애틀랜타 산하 더블A)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가 미국 진출 이후 5년이 지난 올해 처음으로 더블A에 올라섰다. 미시시피 지역 신문 는 28일(한국시간) 정성기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하며 그의 순탄치 않았던 야구 인생을 소개했다. 정성기는 입단 당시만 해도 구단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2003년 싱글A 롬에서 활약한 그는 그해 마무리로 53경기에 등판, 18세이브와 방어율 2.16을 거뒀다. 팀이 샐리리그(사우스 애틀랜틱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역이었다. 당시 그의 함께 팀을 이끈 선수로는 브라이언 맥캔, 제프 프랑코어 등이 있다. 이들은 현재 애틀랜타의 주력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정성기는 이제서야 더블A에서 뛴다. 미국에서의 야구 생활을 기분 좋게 출발한 정성기는 그러나 이듬해 급거 귀국한다.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군대를 가야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의 2년이 지나자 그는 잊혀진 선수가 됐다. 야구공 한 번 잡아보지 못한채 군생활 내내 총만 들었다는 그를 원하는 구단은 없었다. 결국 그는 올해초 미국행 비행기를 다시 탔다. '친정팀'인 애틀랜타에서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란도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애틀랜타 스프링 컴플렉스에서 한 달간 공을 던지며 몸을 만든 후 머틀비치로 배정됐다. 싱글A서 33경기에 등판, 1패 22세이브 방어율 1.15를 기록하자 지난 7월 15일 더블A로 이동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생전 처음 밟아보는 더블A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틀 후 싱글A로 강등됐고, 지난 2일 다시 승격했다. 이틀 후 또 다시 머틀비치로 가라는 통보를 받은 그는 지난 24일 다시 미시시피로 올라섰다. 미시시피 주력 선수 일부가 승격된 까닭에 공백을 메울 선수가 필요했는데 그게 정성기였다. 더블A에 터를 잡은 정성기는 4경기에 등판, 1패 1세이브 방어율 4.15를 기록하고 있다. 직구 구속 88∼89마일에 2가지 변화구를 구사한다. 주로 짧은 이닝만 소화한 터라 2이닝 이상을 책임지기는 아직 힘들다.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데릭 보텔로 투수코치는 "사이드암 투수로서 공을 잘 감춘다. 그는 투구를 할줄 아는 투수다. 상황에 따라 구속을 가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언어 문제도 큰 장벽은 아니다. "영어가 능숙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에는 불편함이 없고, 피칭에 관한 대화에는 지장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28세의 더블A 선수는 현실적으로 판단할 때 미래가 밝다고 보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라고 쉽게 말할 수는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정성기는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다. 10살 때부터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었다는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목표를 "그저 공을 잘 던지는 것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더블A에 올라선 점에 대해 "정말 행복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꿈이 없다면 더 이상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뛰었던 버디 칼라일은 지금 애틀랜타의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29세의 신인이 빅리그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꿈꾸는 자가 활약하는 곳이다. "정성기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다"는 보텔로 코치는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과정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며 "누구라도 정성기 같은 친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그런 친구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고 연민의 정을 나타냈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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