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대역전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털털녀 윤은혜 얘기다. 극중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녀는 꿈을 이뤘다. 그녀가 연기한 드라마속 고은찬은 백마 탄 왕자를 만났고, 현실 속 윤은혜는 하루아침에 톱스타로 성장했다. 많은 댄스 그룹 출신 연기자 중에서 윤은혜가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건 아니다. 그러기에는 가수 시절의 지명도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핑클의 이효리와 성유리, SES의 유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드라마 주연을 넘볼 때 베이비복스를 뛰쳐나온 윤은혜는 버라이어티쇼 게스트서 타고난 힘을 뽐낸 게 고작이었다. 가수는 가창력이 우선이고 연기자는 연기력이 평가의 척도다. 몇 걸음 앞선 나갔던 경쟁자들이 연기력 시비에 골골 앓거나(이효리 성유리), 부진한 드라마 시청률(유진) 등으로 고민할 때 윤은혜는 데뷔작서 대박을 터뜨렸다. 만화 원작의 인기 드라마 '궁'이다. 여기서 그녀는 엉뚱 발랄한 고교생에서 대한민국 황실의 황태자 비가 되는 신데렐라 신채경을 맡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드라마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모으면서 윤은혜의 연기 인생은 앞날이 활짝 개였던 셈이다. 두번째 드라마는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는 도시처녀 이지현 역의 '포도밭 그 사나이'. 나름대로 연기 변신을 했다. 드레스와 궁주예복으로 한껏 공주처럼 예쁜 척을 했던 '궁'을 벗어나 땡볕에 그을린 모습으로 밭을 일구고 사랑을 찾아 헤맸다. '포도밭 그 사나이'는 시청률에서 별 재미를 못본 작품이다. 10%대를 겨우 웃도는 게 고작이었을 정도. MBC에서 국민드라마 '주몽'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는 비상 상황(?)이 인정되고, 윤은혜의 연기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두번째 출연작도 'OK'. '한 두번 실수까지는 봐준다'는 말이 곧잘 쓰이는 게 우리 사회다. 거꾸로 해석하면 세번째 부터는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그 사람의 진짜 실력과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윤은혜가 세번째로 선택한 드라마가 바로 MBC의 월화극 '커피프린스 1호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선머슴 같은 미소녀인지 아니면 왈가닥같은 미소년인지 모를 고은찬 역을 맡았다. 언뜻 보기에는 남자같지만 소녀 가장으로 자란 고은찬은 우유배달과 태권도 사범, 야식 배달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착실녀다. 그런 그녀에게 커피회사 사장집 외아들 최한결(공유)의 마음이 확 꽂혔다. 그녀를 남자로 오해하고 '내가 게이야 정신병야'를 죽어라 고민하면서도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이렇듯 '커피프린스' 속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의 사랑은 은근히 동성애 향을 풍기며 전래 동화의 고리타분함을 쭉 뺐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함께 훔쳤다. 극 초반 연기력은 더 향상됐지만 발음 처리가 아직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았더 그녀, 중반을 지나가면서 세상을 남장 소녀의 매력으로 덮어버린채 용으로 승천했다. 요즘의 윤은혜를 가르키는 한 마디는 인생 대역전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