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 거물루키로 나란히 주목을 받은 한화 류현진(20)과 KIA 한기주(20). 야구계는 모처럼 나타난 거물급 투수들에게 매료됐다. 실제로 이들은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였고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로 각광을 받았다. 류현진은 투수 3관왕을 차지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했다. '괴물'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단숨에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한기주는 초반 부진했으나 후반기부터 미들맨으로 변신, 팀을 4강에 끌어올렸다. 하지만 한기주가 누린 관심과 인기는 류현진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 그리고 2년째 접어든 가운데 두 선수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류현진은 2년 연속 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26일 롯데를 상대로 시즌 12승째를 거두었다.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2.86)과 탈삼진왕을 노리고 있다. 비록 지난해의 괴력은 아니지만 2년차 답지 않은 노련미까지 풍기고 있다. 향후 순위 경쟁에서 팀을 4강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올해부터 소방수로 직함을 바꾼 한기주는 시즌 22세이브를 따냈고 평균자책점도 2.74를 기록하고 있다. 98년 전신 해태의 임창용 이후 9년 만에 20세이브 투수가 됐다. 하지만 팀은 5월부터 선발진 붕괴로 실속을 거듭, 최하위가 확정적이다. 가을무대에서 한기주의 소방 솜씨를 볼 수 없게 됐다. 서정환 KIA 감독은 내년에도 한기주를 소방수로 기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전력구상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한기주 만한 소방수를 찾기 힘들어 2년째 뒷문지기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 선수는 선발투수로 격돌을 벌인 바 있다. 6월 23일 청주구장에서 맞대결을 펼쳐 류현진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류현진은 완투나 다름없는 8⅔이닝 7안타 1실점했고 한기주는 4⅔이닝 5안타 2실점했다. 이후 한기주가 미들맨으로 바뀌면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없었다. 앞으로도 한기주가 선발투수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맞대결은 없을 것이다. 동갑내기, 치열한 라이벌 의식,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 등을 따져보면 두 선수는 대단한 흥행카드임에는 분명하다. 두 선수의 치열한 경쟁은 프로야구를 살찌우는 영양분이다. 하지만 두 괴물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엇갈린 행로에 접어든 이들이 언제쯤 파열음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지난 7월 16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전야제서 나란히 앉아 있는 한기주-류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