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박명환, '눈부신' 잠실 투수전
OSEN 기자
발행 2007.08.28 22: 44

[OSEN=이상학 객원기자] 롯데 손민한(32)과 LG 박명환(30)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 최고의 오른손 선발투수다. 고려대 시절부터 국제대회 에이스를 자처했던 손민한은 2005년 페넌트레이스 MVP에 오르며 명실상부하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96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박명환도 지난해 4년간 총액 40억 원이라는 역대 FA 투수 최고액을 받는 조건으로 대형 FA 계약을 성사시키며 최정상급 투수로 공인받았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손민한과 박명환은 최고의 선발투수들끼리 맞대결에 어울리는 투수전을 벌였다. 지난 16일 사직경기 이후 시즌 두 번째 선발 맞대결. 당시 대결에서는 손민한이 야수들의 보이지 않는 수비실책으로 4이닝 동안 9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무너진 반면 박명환은 5⅔이닝을 던져 7피안타 2볼넷으로 2실점하며 기본은 해냈지만 이름값을 감안할 때 투구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었다. 이 때문에 두 투수의 이날 맞대결은 더욱 많은 관심을 모았다. 손민한은 9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손민한이 9이닝을 던진 건 올 시즌 처음. 1회에서 3회까지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공을 48개나 던지며 고전한 손민한은 고비를 넘긴 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4회부터 8회까지 불과 46개의 공을 던지는 경제적인 피칭으로 마운드를 책임졌다. 특히 위기 때마다 땅볼을 유도하는 체인지업과 낮은 코스를 찌르는 제구력으로 3차례나 병살타를 이끌어내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게다가 9회까지 시속 142km를 찍을 정도로 구위도 훌륭했다. 비록 승패는 없었지만 투구 내용만을 놓고 볼 때에는 올 시즌 최고라 할 만한 피칭이었다. 박명환은 7이닝 동안 125구를 던지며 6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날 박명환의 백미는 7회초였다. 정수근과 이인구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한 박명환은 박현승을 땅볼로 처리한 후 계속된 2사 2·3루 위기에서 롯데 4번 이대호와 마주했다. LG 김재박 감독은 양상문 투수코치를 마운드에 올려 의견을 교환했다. LG와 박명환의 선택은 정면 승부. 최근 이대호의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었지만 이대호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박명환은 볼카운트 1-3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이대호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이로써 손민한은 올 시즌 25경기에서 160이닝 11승 9패 방어율 3.54를 마크하게 됐다. 퀄리티 스타트는 15차례. 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이 많지만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에서 리그 전체 3위(6.4이닝)에 랭크될 정도로 이닝이터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구위가 좋지 못하더라도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마운드 운영능력은 최고라는 평. 박명환 역시 23경기에서 139이닝 10승4패 방어율 3.11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마크했다. 퀄리티 스타트는 17차례로 리그에서 3번째로 많다. 시속 150km에 육박할 정도로 볼 스피드가 여전하지만 ‘존경하는 선배’ 손민한처럼 치고 빼는 강약 조절에도 눈을 뜨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둘은 투수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오랜만에 나온 '투수전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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