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가 우리팀에 잔류하기로 했다니 참 다행이네요".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김정남 울산현대 감독(63)의 목소리 톤은 상당히 밝았다.
김 감독은 30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천수가 유럽 진출을 포기하고 올시즌 소속팀 울산에 잔류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너무 고맙다. 어려운 팀의 사정을 이해해준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김 감독은 이천수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명문팀 페예노르트 이적을 타진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날 오전만해도 "리그가 한창인 지금은 솔직히 보내고 싶지 않다"며 매우 언짢아했다.
그러나 불과 반나절만에 예상을 뒤엎고 '이적 철회' 입장을 이천수측이 스스로 밝히면서 김 감독의 말못할 가슴앓이도 끝나게 됐다.
김 감독은 "(이)천수가 잔류하면서 선수 운용과 리그 운용이 좀 더 여유있고, 편안하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로테르담에 연고를 둔 페예노르트는 송종국이 02년부터 05년까지 약 3시즌간 활약했던 클럽. 올 여름 이적시장 영입후보 1순위로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이 가능한 이천수 이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예노르트가 이천수 영입을 타진하며 선수측에 제시한 조건은 '임대 후 이적'이었다. 오는 9월1일부터 내년 6월까지, 37만5000달러(약 3억5000만원)의 임대료로 약 10개월간을 지켜본 뒤 이적을 확정한다는 것.
하지만 이천수 본인이 페예노르트의 제의를 거절하면서 상황은 팀 잔류라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고, 김정남 감독과 울산 선수들도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올해 목표하고 있는 최소 4강이란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도 이천수의 잔류는 중요한 문제"라고 밝힌 김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뿐 아니라 리그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내년 초 다시 시작될 이천수의 이적 재추진만큼은 결코 막을 생각이 없음을 함께 시사하기도 했다.
"억울할 수도 있으나 그래도 선수 입장에선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고 전제한 김 감독은 "(이)천수가 잔류를 약속하며 팀을 꾸려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애제자의 K리그 복귀를 진심으로 환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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