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감독 복장 검사?, '프랑코나의 굴욕'
OSEN 기자
발행 2007.08.31 04: 58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경기 도중 복장 검사라니!' 메이저리그 감독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의 수장 테리 프랑코나가 뉴욕에서 '험한 일'을 당했다. 한창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경기 도중 생각지도 않은 외부 인물에게 끌려나가 '복장 검사'를 당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전날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 2회말 보스턴은 실점을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섰다. 실점 위기에 몰린 상황이어서 프랑코나는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그 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파견된 '복장 검사 요원'이 프랑코나를 덕아웃 밖으로 불러냈다. 유니폼을 제대로 착용했는지를 확인해야겠다고 그는 으름짱을 놨다. 그 요원은 다름 아닌 밥 왓슨 메이저리그 사무국 운영담당 부사장이었다. 프랑코나는 경기장에서 감색 보스턴 스웨터를 즐겨 입는 인물. 메이저리그 규정에 의하면 구단 로고가 새겨진 옷이면 아무 것이나 입어도 상관없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정식 유니폼 상의를 받쳐 입어야 한다. 보통 경기에 나서지 않는 일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경기 도중 재킷이나 티셔츠를 대충 걸쳐 입지만 이는 규정 위반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었지만 올해부터 단속이 강화됐다. 적발된 인물은 사무국이 부과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경기 도중 감독을 불러내 복장 검사를 실시한 것은 상식밖이라는 게 프랑코나의 주장이다. 그는 31일(한국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데릭 지터가 2루에 나가 있는 데 누군가가 나를 불러냈다. 정신이 산만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야구계에 몸담은 이후 이렇게 수치스러웠던 순간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코나가 '열' 받은 이유는 유니폼 문제로 이미 사무국과 접촉을 한 바 있기 때문. 그는 이달초 클리블랜드 원정 도중 사무국 관계자로부터 유니폼 상의를 꼭 걸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또 문제의 왓슨과도 경기 직전 유니폼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불과 수시간 뒤 경기 도중 끌려나가 상의를 들쳐보이는 수모를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프랑코나는 당시 경기서 스웨터 밑에 유니폼을 받쳐 입었다고 주장했다. 프랑코나는 당초 자신이 당한 수모를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날자 가 왓슨이 경기 도중 보스턴 덕아웃에 나타나 프랑코나를 데리고 나갔다며 의혹을 제기해 어쩔 수 없이 전모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조 토리 양키스 감독 또한 어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역시 사무국으로부터 복장에 관한 경고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는 그는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는 애들 장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며 "이번 일은 말 그대로 '희극'에 다름 아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복장 검사를 지시한 왓슨은 "지금 그에 관해 말할 수 없다. 밝히지 말아야 할 일을 프랑코나가 밝혀서 실망스럽다"며 "향후 이에 관해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왓슨은 1995∼1998년 양키스 단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부임 직후 당시 야인으로 있던 토리를 신임 감독에 앉혀 90년대 후반 '양키 왕조'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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