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희망의 청춘'을 바라본다
OSEN 기자
발행 2007.08.31 08: 3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30일 잠실구장. 중견수 이인구는 경기 중 이례적으로 코피를 쏟았고, 선발투수 장원준은 올 시즌 처음으로 구원 등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롯데는 LG에 끝내기 점수를 내주며 다시 한 번 패배의 분루를 삼켜야 했다. 시즌 3번째 4연패. 올 시즌 롯데는 LG와 함께 유이하게 5연패 이상을 당하지 않은 팀이다. 그러나 28~30일, LG와 잠실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주며 4위 한화와 승차가 무려 6.5경기로 벌어졌다. 남은 16경기에서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성장은 아픔을 동반한다. 꽃은 지더라도 다음해에 다시 핀다. 롯데에 있어서 희망의 청춘은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 롯데는 젊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화두는 베테랑이다. 양준혁(38, 삼성) 등이 화려하게 회춘하며 또 하나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들에게 ‘노장’이라는 말은 미혼의 중년 여성에게 ‘어머님’이라고 하는 결례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이종범(37, KIA)·마해영(37, LG)·정민태(37, 현대) 등은 변화하는 신체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며 은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힘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 현상이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프로세계라지만 기량이 쇠한 노장들을 경시하는 풍토는 그들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과 달리 잘하는 노장이든, 못하든 노장이든 롯데에는 노장이 없다. 물론 잘 나가는 팀에는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고 팀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리더십 강한 노장이 있기 마련이다. 롯데에도 최향남(36)과 염종석(34) 그리고 박현승(35)과 최경환(35)이라는 노장들이 있지만 당장 은퇴할 나이는 아니다. 노장이 없다는 건 그만큼 중간층 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롯데의 중간층으로는 손민한(32) 임경완(32) 정수근(30) 최만호(33) 정도를 추릴 수 있다. 물론 주요 전력선수들만 추린 것으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주축 선수들은 모두 20대 초중반대의 한창 젊은 선수들이다. 올 시즌 롯데에서 1군에 1경기라도 출전한 선수는 총 49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27.3세로, KIA(26.2세)-두산(26.5세) 다음으로 어리다. 최하위 KIA가 시즌 막판부터 젊은 선수들을 많이 출전시킨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가장 젊은 팀은 두산과 함께 롯데라 할 수 있다. 물론 두산과 롯데의 성적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두산에는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핵심 베테랑들과 최고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있다. 롯데는 손민한과 이대호를 제외하면 마땅한 투타의 구심점이 없고, 외국인선수들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구심점 없는 젊은 팀은 풍랑 속 조각배와 다를 바 없다. ▲ 희망의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희망적인 것은 그들이 젊기 때문이다. 마운드에는 손민한과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는 송승준을 비롯해 장원준·최대성·배장호·나승현 등이 있다. 사실 마운드에는 상대적으로 베테랑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터라 8개 구단 전체로 넓혀도 젊은 축에는 들지 못한다. 하지만 야수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달라진다. 이대호를 필두로 강민호 박기혁 이승화 정보명 이원석 김주찬 이인구 손용석 김문호 등 새파란 젊은 피들이 넘친다. 올 시즌 롯데의 1군 출전 야수들의 평균 연령은 26.7세로 8개 구단 중 가장 젊다. 펠릭스 호세, 에두아르도 리오스, 로베르토 페레즈 등 노장 외국인선수들을 제외하면 평균 연령은 25.9세까지 내려간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지난 몇 년간 쌓은 경험이다. 이대호는 입단 6년차였던 지난해부터 프로야구를 주름잡는 특급타자로 발돋움했다.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체중조절 등으로 이래저래 부침이 많았지만 기어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04년부터 양상문 전 감독이 꾸준한 기회를 부여한 덕이었다. 나머지 젊은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세기가 부족하고 실수도 잦지만, 꾸준한 출전으로 쌓은 경험은 고스란히 피와 살이 되는 법이다. 최초의 2년 연속 포수 전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강민호, 3할 톱타자로 가능성을 보인 이승화, 유틸리티 내야수로 인정받은 박기혁은 벌써 핵심으로 성장했다. 물론 젊음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다.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순간 판단과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야구경기에서는 젊은 선수들보다는 베테랑 선수들이 더욱 믿음이 가고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젊음은 결코 미래의 성공 보증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희망의 청춘에게 도전은 생명이고 기적은 옵션이며 실패는 거름이다. 롯데가 비록 2000년대 들어 숱한 실패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암흑기만은 아니다. 그 암흑기에 손민한와 이대호라는 투타의 거물이 등장했고 또 향후 수 면위로 떠오를 새로운 거물들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암흑기는 언젠가 빛나는 청춘으로 기억될 것이다. 롯데팬들이 오늘도 그들을 믿고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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