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멀티 유즈', 내년 서머리그 예고편?
OSEN 기자
발행 2007.08.31 08: 42

투수들의 멀티 유즈(multi-use) 시대?. 지난 30일 수원 현대전에서 SK 좌완 루키 김광현(19)이 9회초 투아웃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벤치 멤버를 소진한 김성근 SK 감독은 투수 타석인 김원형 차례가 돌아오자 김광현으로 대타 교체를 선택했다. 현대 마무리가 사이드암 조용훈이었기에 좌타자이고, 지난해까지 고등학교에서 타자도 했을 김광현이 조금이나마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었다. 기대대로 김광현은 투 스트라이크 원 볼에서 연속 볼 3개를 골라내는 범상찮은(?) 선구안으로 밀어내기 타점을 기록했다. 가만히 서 있는 '이순신 타법'으로 일관한 것도 아니었다. 조용훈의 3구째 볼은 파울을 만들어냈다. SK는 정작 다음타자인 박재홍이 투수 땅볼로 아웃돼 2-4로 패배했지만 '김광현 대타'는 김 감독의 기발한 재기가 번뜩인 장면이었다. 이에 앞서 김 감독은 지난 5월 23일 대구 삼성전에선 잠수함 셋업맨 조웅천을 좌익수로 깜짝 기용해 야구판에 논란을 몰고 왔다. 좌타자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김 감독은 좌완 가득염을 원 포인트 릴리프로 기용했으나 다시 조웅천을 쓰기 위해 빼지 않고, 좌익수로 이동시킨 작전이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양준혁을 아웃시킨 뒤 조웅천을 다시 마운드로 불렀다. 이밖에 지난 18일 LG전에서 선동렬 삼성 감독은 9회초 1사 만루 기회를 잡자 3루 대주자로 임창용을 기용했다. 삼성 투수 중 가장 발이 빠르다는 임창용은 후속 강봉규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을 기록했다. 또 두산의 최고신인 임태훈(19)은 지난 5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승과 첫 안타를 동시에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당시 5회초 투아웃부터 3번째 투수로 등판한 임태훈은 4이닝을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16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또 지명타자 최준석이 대주자로 교체되는 바람에 타석에도 들어선 임태훈은 8회 우전안타까지 뽑아냈다. 임태훈은 경기 직후 "직구만 노리고 맞히려고 했다. 고등학교서 2학년까지만 배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임태훈을 두고 김경문 두산 감독은 언젠가 "부상 위험만 없다면 야수 수비를 시켜도 될 만큼 감각이 있다"라고 칭찬한 적이 있다. 김성한 전 KIA 감독은 현역 시절 주전 1루수를 보면서 10승 투수로도 활약한 적이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투수들의 '멀티 유즈'에 대해 비판 일색만은 아니다. 당장 내년 서머리그부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나 일본 센트럴리그처럼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시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sgoi@osen.co.kr 지난 5월 11일 대전 경기서 두산 임태훈이 타격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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