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LG, 애증의 발데스를 어쩌나
OSEN 기자
발행 2007.08.31 09: 22

포기할 만하면 한 방씩 터진다. 5연승으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LG에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조용한 성격으로 너무나 조용한 외국인 좌타자 페드로 발데스(34) 때문이다. LG는 시즌 종료 후 발데스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공수에서 부진하며 용병타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할 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진다. 그러다가도 팀에 승리가 필요할 때 한 방씩 쳐주고 또 용병시장에 그만한 타자도 없다는 점에서 쉽게 내칠 수도 없다. 지난 30일 롯데와의 경기를 보면 발데스에 대한 LG 구단의 이중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발데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3게임서 볼넷 한 개만을 얻었을 뿐 14타석 무안타로 빈타에 허덕였다. 팀이 4강 진출에 사활을 걸고 매경기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해줘야 할 발데스는 침묵했다. 다행히 팀의 연승행진으로 묻어갔지만 구단 여기저기서 올 시즌 종료 후 퇴출이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타율 2할8푼8리에 3할에도 못미치고 우익수 수비도 불안한 선수여서 용병다운 위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발데스는 30일 경기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 퇴출설을 잠재웠다. 발데스는 3-5로 뒤진 5회말 롯데 선발 송승준으로부터 우측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동점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이 한방으로 2번째 동점을 만든 LG는 9회말 조인성의 끝내기 안타로 5연승을 구가하며 4강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모처럼 팀승리에 기여한 홈런 한 방이었다. 8월 들어 홈런포를 심심치 않게 가동하는 것이 국내무대에 완전 적응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 13홈런을 기록 중인 발데스는 8월에만 6개를 때려 ‘용병 똑딱이’에서 ‘용병 거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홈런이 늘어나면서 타점도 불어나 현재 69개로 두산 김동주와 공동 6위에 랭크되는 등 중심타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8월 전체 활약도를 감안하면 시즌 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면도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발데스의 재계약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발데스보다 확실하게 나은 타자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시즌 중반부터 퇴출설이 나올 쯤이면 좋은 활약을 펼쳐 위기를 넘긴 발데스가 내년 시즌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뛸지 궁금하다. LG로서는 일단 발데스가 올 시즌 막판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포스트시즌행을 이끌어주기를 고대할 뿐이다. 발데스로서는 앞으로 성적 여부에 내년 시즌 재계약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병들은 시즌 중에 약간 부진해도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하면 다음 시즌 재계약에 성공한 사례가 종종 있다. 2000년 한국시리즈서 홈런포를 펑펑 날리며 현대 유니콘스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3루수 톰 퀸란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퀸란은 3루수 수비는 특급이었으나 타격 성적은 시즌 때 형편없었다. 과연 발데스의 시즌 후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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