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고의인가. 실수인가. 뉴욕 양키스의 '신성' 조바 챔벌린(22.뉴욕 양키스)이 전날 던진 빈볼에 대해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당한' 보스턴 레드삭스 측은 '고의'라고 주장하고 있고, 양키스 쪽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펄쩍 뛰고 있다. 챔벌린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보스턴과의 홈경기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2-0으로 앞선 8회초 등판해 첫 이닝을 무실점 처리했다. 양키스가 8회말 3점을 보태 5-0으로 앞서자 챔벌린의 제구는 9회 들어 갑자기 흔들렸다. 첫 타자 데이빗 오티스를 좌익수 뜬공처리한 뒤 맞이한 선수는 케빈 유킬리스. 챔벌린은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은 후 98일과 99마일 광속구를 갑자기 유킬리스 머리 위로 잇따라 던졌다. 유킬리스가 화들짝 놀란 건 당연한 일. 구심 앙헬 에르난데스 씨는 즉각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나 양키스타디움에 모인 5만 5067 명 관중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며 덕아웃으로 향하는 '영웅'을 맞았다. 경기는 결국 5-0으로 끝났지만 보스턴 측은 경기 직후 '고의 빈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그 젊은 친구가 빈볼을 의도했다면 확실하게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며 비꼬았고, 유킬리스는 "그가 던진 공 가운데 그처럼 스트라이큰존을 확연히 벗어난 공은 보질 못했다"며 고의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정황상 보스턴 측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5점차 리드에 9회초 마지막 수비. 이미 2연승을 거둔 양키스는 3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더구나 '챔벌린 규칙'에 의거해 이날 공을 던진 그는 다음날 자동 휴식을 취한다. 양키스는 이닝당 하루 휴식이라는 챔벌린 특별 보호 규칙을 마련해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전날 1이닝을 넘게 던진 챔벌린은 어차피 이틀 동안 쉬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날 챔벌린에게 2경기 출장 정치 조치를 발표했지만 양키스는 손해 볼 게 없다. 하지만 양키스 측은 '확대 해석'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조 토리 감독은 "빈볼을 지시했다면 22살짜리 풋내기가 아닌 다른 투수에게 지시했을 것"이라며 "심판은 상식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챔벌린 역시 "절대 고의가 아니다. 오히려 엉뚱한 오해로 퇴장당한 점이 지금도 화난다"고 씩씩거렸다. 고의이든 실수이든 챔벌린의 이날 투구는 미 프로스포츠 최고의 라이벌 관계인 두 팀 사이에 불을 붙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양키스는 전날 승리로 AL 동부지구 선두 보스턴에 5경기차까지 따라붙었다. 두 팀은 오는 15일부터 펜웨이파크로 장소를 옮겨 운명을 가를 3연전을 치른다. 보스턴의 '복수'가 불보듯 뻔한 가운데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