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현실서 심화되는 '5선발 무용론'
OSEN 기자
발행 2007.09.02 09: 38

"4선발 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지난달 31일 문학 SK전 승리 뒤 선발 운용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한국적 현실이 빚어낸 '5선발 무용론'을 증명하는 대답이었다. 실제 삼성은 브라운-매존-전병호-임창용으로 선발진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팀들도 5선발의 개념이 모호하기는 매한가지다. 1위 SK는 채병룡-레이번-송은범-김광현, 한화는 류현진-정민철-세드릭-최영필, LG는 옥스프링-박명환-정재복-봉중근, 롯데는 손민한-장원준-최향남-송승준, 현대는 김수경-장원삼-전준호-황두성 등으로 로테이션이 짜여져 있다. 2위 두산은 리오스-랜들 다음에는 누가 나올지 오직 김경문 감독만이 알 정도다. 8위 KIA 정도만이 로테이션 붕괴로 4선발까지 채우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프로야구는 1주일에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6경기를 치르기에 5선발 체제로 꾸려가야 4일 간격 등판을 지켜줄 수 있다. 그러나 게릴라성 호우와 열악한 지방구장 시설, 경기 강행에 대한 구단의 소극적 의지 등이 겹쳐지며 최근 들어 1주에 최소 1번 이상은 우천 순연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5선발 등판은 그냥 건너뛰는 마운드 운영이 오히려 보편화된 것이다. 두산 같은 경우는 최근 4경기(2일 롯데전 포함)에서 리오스-랜들만 선발로 나오고 있다. 두산 로테이션은 '리오스-랜들-비-비-비'인 셈이다. 이러니 SK와 삼성 등 선발진이 두터운 팀은 간접적 손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SK는 로마노를 불펜 전환했고, 삼성은 안지만을 셋업으로 돌려쓰고 있다. 또 스케줄대로 경기를 치른 팀들이 푹 쉬고 나온 팀과 대결하는 '불공정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LG SK 롯데가 한화 삼성 두산에 패한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비가 오면 기다려서라도 경기를 강행하는 메이저리그나 돔 구장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야구는 날씨와 경기 일정이 팀 순위의 결정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한국야구는 두텁고 고른 선수층을 가진 팀이 아니라 확실한 투수 1~2명을 보유한 팀이 장기 레이스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낳고 있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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