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근우 활용법, '솔로몬의 지혜' 없나?
OSEN 기자
발행 2007.09.03 09: 29

정근우, 나주환 그리고 SK의 팀 컬러. 김성근 SK 감독은 올 시즌 들어가기 전 내야진에 두 가지 변화를 줬다. 최정의 3루수 변신과 정근우의 유격수 전환이 그것이었다. 결과는 최정은 적중, 정근우는 오판으로 드러났다. 김성근 감독이 시즌 중 나주환을 트레이드 영입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처럼 이대수 유격수-정근우 2루수 체제로 갈 수도 있었다. 정근우는 지난 시즌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베테랑 정경배를 주전 2루수로 쓰고 싶어했다. "정경배 없으면 팀이 안 된다"란 말까지 했다. 여기다 어쩐 일인지 김 감독은 이대수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 결과 이대수는 두산의 나주환과 맞트레이드됐다. 나주환을 통해 정근우의 부족한 수비를 보충하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정작 김경문 두산 감독이 이대수-나주환 트레이드에 동의한 것은 나주환의 수비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트레이드 성사 후 "당초 멤버로는 내야진의 그림이 도저히 안 나왔다"란 말로 이대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나주환 수비가 시원찮았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실제로 나주환의 공수 능력은 누가 봐도 아주 잘 한다고는 볼 수 없어 평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나주환을 실질적 주전급으로 기용했다. 최소한 정근우보다는 수비를 잘 한다고 여긴 듯하다. 때문에 정근우는 2루수나 지명타자,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부정기적으로 경기에 나갔다. 이 와중에도 그의 시즌 타율은 3할 2푼 9리(전체 2위)에 달한다. 시즌 막판 극도의 타선 침체에 빠져있는 SK는 매직넘버 운운이 사치로 비쳐질 만큼 뚝 떨어진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시리즈에 직행할지라도 두산이나 삼성의 에이스, 불펜진을 뚫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정규시즌이라면 약팀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승리를 따낼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은 강팀과 강팀끼리 힘 대 힘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SK의 최강점인 타선이 상대 에이스진을 공략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것이 최근 SK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즉 큰 경기일수록 정근우의 방망이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정근우의 방망이를 살리려면 무언가를 희생 -유격수 기용시 수비 불안, 2루수 기용시 정경배 벤치, 지명타자 기용시 공격 옵션 감소-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고민일 것이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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