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다름 아닌 AHF(아시아핸드볼연맹) 얘기다. 최근 중동 심판들의 편파 판정으로 인해 한국 남녀 핸드볼이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말 두렵기까지 하다. 지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은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막을 내린 올림픽 지역예선에서 2위로 그쳐 본선 직행에 실패했다. 물론 올해 12월 열릴 세계 선수권 대회와 내년 3월 예정된 IHF(국제핸드볼연맹) 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지만 중동세의 입김이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자 핸드볼은 아예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상대는 쿠웨이트.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 첫 경기에서 어이없는 편파 판정에 20-28로 완패했다. 그 뒤에는 바로 AHF(아시아핸드볼연맹)과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으로 군림해온 쿠웨이트 왕세자 알파하드 알사바 회장이 있었다. 알사바 회장의 막대한 오일달러를 등에 업은 AHF의 '막가파'식 행정에 '돈없고 권력없는' 한국 핸드볼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본래 IHF(국제핸드볼연맹)로부터 직접 공문이 내려와 독일인 심판이 배정돼 있었지만 놀랍게도 AHF는 요르단 심판으로 바꿔치기했고, 한국은 일방적으로 농락당했다. 논란이 커지고, 대회를 개최한 일본 현지 언론과 팬들의 규탄이 커지자 AHF는 뒤늦게 한국과 카타르의 2차전에 독일인 주심을 배정했다. 카타르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 그러나 악연이 있다. 작년 도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한국은 카타르를 만나 28-40으로 크게 졌다. 역시 배후에는 또다시 중동 심판들의 장난이 있었다. 한편 국내 핸드볼인들은 3일 오전 쿠웨이트 대사관을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대사관측의 거부로 수십 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규탄 시위를 했다. 또 같은 날 대한올림픽위원회(KOC)도 김정길 대한체육회 위원장의 명의로 '중동 심판의 편파 판정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알사바 회장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 중동 심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오히려 배후세력으로 비쳐지는 알사바 회장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사뭇 궁금하다. 이래저래 두려운 중동 핸드볼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