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이형택이 있어 행복했던 US오픈
OSEN 기자
발행 2007.09.04 08: 20

‘충분한 행복을 만끽했던, 충분히 가능성을 본 US오픈’. 뉴욕발 황색돌풍은 멎었다. ‘한국 테니스의 영웅’ 이형택(31, 삼성증권)의 야심찬 도전이 아쉽게 16강에 그치고 말았다. 4일 오전(한국시간) 뉴욕 플레싱 메도 빌리진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총상금 184억원)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이형택은 세계 4위의 니콜라이 다비덴코(26, 러시아)에게 0-3(1-6, 3-6, 4-6)으로 완패하며 열전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충분히 행복을 만끽했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8일간의 시간이었다. 7년전인 지난 2000년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른 게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었던 이형택은 이번 대회에서 내내 선전을 펼쳐 세계 테니스 무대에 ‘KOREA'란 이름을 아로새길 수 있었다. US오픈 공식 홈페이지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16강에 오른 이형택을 ‘40억 아시아인의 마지막 남자’라고 소개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고, 뉴욕 타임즈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란 내용의 보도로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부상 투혼이 있었기에, 4차례 격돌한 상대가 모두 강호였기에 이형택의 선전은 더욱 아름다웠고, 의미가 있었다. 허벅지 근육통으로 코트에 여러번 드러누워 치료를 받으면서도 이형택은 라켓을 놓지 않았고, 끝까지 코트에 섰다. 빌리진 센터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도 “이형택! 이형택!”을 외치며 기립박수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형택의 선전에 화답했다. 세계랭킹 36위의 도미니크 에르바티(슬로바키아)와 대회 첫 대결에서 3-2(6―7, 6―4, 7―5, 6―7, 6―4)로 이긴 이형택은 2회전에서 올해에만 두차례나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물리친 세계랭킹 14위의 강호 기예르모 카나스(아르헨티나)를 3-0(7-5, 7-5, 6-3)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7년전의 영광을 재현했던 3회전. 19번 시드를 받은 영국 출신의 난적 앤디 머레이마저 이형택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머레이의 패기넘치는 스트로크를 노련미로 잘 극복하며 3-1(6-3, 6-3, 2-6, 7-5)로 의미있는 승리를 따냈다. 물론 4회전에서 다비덴코에 무릎을 꿇었지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코트를 떠나고 있는 이형택을 바라보며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낸 테니스 팬들의 시선과 표정만큼은 따스했다. 이변아닌 이변을 일으키며 전세계에 한국 테니스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모두 드러낸 이형택. 올해로 스포츠 선수로는 환갑이라는 31세를 맞은 그의 도전기는 2007년 9월4일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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