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는 누가 웃을까. 4일부터 '우천리그'가 펼쳐진다. SK 두산 삼성 한화의 4강 구도로 좁혀지는 가운데 2.5경기차로 뒤진 5위 LG가 마지막 추격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4강 속에서도 선두 SK를 제외하고 세 팀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고 난전을 펼치게 된다. 이들 팀들의 행보와 함께 각각 소속팀을 이끌고 대망을 꿈꾸고 있는 사령탑 가운데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 궁금해진다. 이들 5명이 펼치는 야구의 색깔도 최종 심판대에 올랐다. 9월, 그리고 10월. 올해는 어떤 감독의 야구색깔이 천하를 지배할 수 있을까. ▲김성근-치밀한 논리와 토털야구 김성근 SK 감독은 야구 밖에 모른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그의 야구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갈 줄 모른다. 도끼자루 썩는 신선놀음이다. 그는 치밀한 논리와 통계, 모든 미세한 변수까지 감안한 토털야구를 펼치고 있다. 그의 머리속에는 모든 상황을 상정한 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의 앞에는 스타는 없다. 간판스타도 잘못하면 가차없는 2군행으로 응수한다. 모든 선수들을 주전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역대 두 번째로 900승을 따냈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과 함께 비원의 우승도 바짝 다가와 있다. ▲김경문-카리스마의 정수 김경문의 카리스마는 두산의 절대 에너지다. 두산 선수들은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에 지배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련을 두지 않고 맺고 끊는 절도감이 있다. 그의 야구관에는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 관통하고 있다.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밀어준다. 신인 선수들을 키워내는 안목뿐만 아니라 우직한 인내심도 가지고 있다. 화끈한 빅볼을 중시하지만 이기기 위해 상황에 맞는 스몰볼도 뿌리치지 않는다. 지난 2005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선동렬호에 막혀 고배를 들었다. 올해는 김동주와 리오스를 앞세워 대권을 노리고 있다. ▲선동렬-냉정과 거시의 조화 초보 감독으로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투수에 대한 놀라운 혜안과 기막힌 타이밍에 투수를 투입하는 용병술을 지니고 있다. 선수들에 대해서도 냉정하기로 유명하다. 애정을 조급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절대로 미시적인 부분에 집착하지 않는다. 당장 1승을 위해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순간 순간 출혈 야구를 하다보면 팀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 점 야구에 강한 냉철한 경기운영으로 상대팀에게는 서늘함을 안겨준다. 한국시리즈 3연패도 시야에 두고 있다. ▲김인식-자율과 믿음의 미학 김인식 한화 감독은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마음껏 풀어주는 야구를 한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라는 무대에 올라 스스로 답을 알아가게 한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절대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선수들의 기분을 가장 중시한다. 감정을 상하지 않게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묘한 방법을 갖고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나 훈련도 진심에서 우러나오게 만든다.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WBC 4강 기적은 이렇게 믿음과 자율의 야구에서 나왔다. 올해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딛고 우승을 노리고 있다. ▲김재박-철저한 계산과 인내심 김재박 감독은 경기운영 능력이 8명의 사령탑 가운데 최고로 꼽히고 있다. 필요한 순간 한 점을 뽑을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아직 부임 1년째에 불과해 LG 선수들이 김재박 감독의 용병술을 완벽히 소화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꼴찌 팀을 당당히 4강 경쟁 팀으로 변모시켰다. 그는 선수들 앞에서는 부처님의 얼굴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절대 탓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스스로 미안한 감정을 갖게 만들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플레이를 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다. 힘겨운 4위 추격전이지만 여우의 반격이 주목된다. sunny@osen.co.kr 김성근-김경문-선동렬-김인식-김재박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