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의 선구안은 어디로 갔을까?. KIA 타이거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부터 '슬럼프가 길다'는 약점을 지적받았다. 그럼에도 그가 한국인 최초의 타자 빅리거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파워와 선구안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을 얻은 덕분이었다. 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폴 디포데스타 전 LA 다저스 단장이 지역 언론의 융단폭격을 무릅쓰고도 폴 로두카, 후안 엔카나시온, 기예르모 모타를 내주고, 브래드 페니와 함께 최희섭을 영입하는 빅딜을 감행한 이유도 이런 부분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KIA에서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는 최희섭은 선구안의 장점을 잃어버린 듯 비쳐진다. 때문에 슬럼프는 장기화 조짐을 띠고 있고, 특유의 파워마저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일까지 최희섭의 성적을 보면 3할을 웃돌던 타율은 어느덧 2할 8푼대(.288)까지 하락했다. 홈런은 4개(12 2루타) 뿐이다. 의외인 점은 볼넷이 10개에 불과하단 점이다. 반면 삼진은 29개를 당하고 있다. 특히 8월 중순 이후 삼진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타 구단들이 최희섭의 약점을 터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4일 두산전만 해도 최희섭은 2루 땅볼 2개와 삼진 그리고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방망이 중심에 힘을 실어보낸 타구는 1개도 없었다. 채상병 포수와 두산 투수들은 떨어지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바깥쪽 직구로 승부를 거는 패턴을 구사했다. 선구안이 안 된 최희섭은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해 불리한 볼 카운트로 몰린 뒤, 바깥쪽 직구를 무리하게 잡아당기려다 힘없는 타구만 만들어냈다. 그나마 스피드가 빠른 두산 좌완 금민철의 바깥쪽 직구는 맞히지도 못하고 헛스윙 삼진이었다. 최희섭의 슬럼프 장기화는 KIA의 2008시즌 팀 플랜에도 고민을 드리우고 있다. 용병 둘을 전부 투수로 뽑아냐 팀의 틀이 잡힐텐데 그 전제는 최희섭이 용병타자 몫을 해주느냐다.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됐어도 최희섭을 어떻게 한국 투수의 패턴에 적응시키느냐가 KIA 벤치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sgoi@osen.co.kr
